“제 아이를 보며 ‘왜 이런 학생이 우리 학교에 왔나’라는 말을 하는 학교장과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수련회에 거부당하고 체육·과학시간은 물론 급식에서조차 배제되는 현실 속에서 저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신변 처리를 비롯한 일상 학교생활에서 필요한 지원을 해주십시오.”
장애학생 신변처리 지원 촉구하기 위해 장애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과 특수교육 관계자들이 다시 한 번 국가인권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장애학생 신변처리 지원 법 개정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19일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서 ‘장애학생 신변처리 지원 촉구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
장애학생 신변처리 지원은 대소변지원, 탈착의 지원, 식사지원, 건강지원을 의미한다. 장애학생 신변처리 지원을 촉구 하는 인권위 진정은 지난해 12월 20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서울시교육감을 대상으로 제기된 바 있다.
학교 내에서 신변처리가 제대로 지원되고 있지 않아 장애학생들이 교육권을 침해받고 있으며, 이는 명백한 장애차별이라는 이유였다.
해당 진정에 대해 인권위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건강장애로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된 장애학생의 어머니 방세라 씨는 교육부 장관과 경기도교육청 교육감, 해당 학교장을 대상으로 진정을 제기했다.
방세라 씨는 “나는 아이를 학교에 못 보내고 있다. 아이를 가리키며 ‘왜 이런 학생이 우리 학교에 왔나’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교장과 대화를 원하는 저를 외면하고 서로 떠넘기기 바쁜 교직원 때문만은 아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수련회에 거부당하고 체육·과학시간은 물론 급식에서조차 배제되는 현실에서 도저히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교육청에 전화도 해보고 민원을 넣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학교로부터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결국 현재까지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며 “특수교육대상자 교육다운 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졸업만 하면 그만인 존재인가”라고 개탄했다.
마지막으로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에 말하고 싶다. ‘안 된다.’, ‘못 한다.’라고 말만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장애학생들도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안전하고 행복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할지 고민하라.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한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방세라 씨의 자녀는 건강장애를 가진 학생으로 식사지원과 건강지원 등 신변처리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것은 단순히 교육권 침해를 넘어 생명권까지 위협하는 문제라는 것.
이에 진정을 통해 ▲신변 처리를 비롯한 일상 학교생활에서 필요한 지원 인력 제공 ▲개별화 교육 계획 수립 및 제공 ▲현재 학습 수행 수준에 맞는 교육 과정 및 학습 자료 제공 ▲식품 알레르기를 고려한 급식 제공 ▲공기 정화 장치 설치 등을 요구했다.
법조공익모임 나우 이수연 변호사는 “진정인의 자녀는 천식, 알레르기 등을 가지고 있는 건강장애 학생으로 신변처리 지원은 교육권뿐만 아니라 생명권과도 직결된다”며 “사실 건강장애를 가진 학생의 교육적 요구를 현재의 법과 제도가 그 내용을 담고 있는지 진정 전에는 매우 걱정됐다. 하지만 법조문을 꼼꼼하게 살펴보니 진정을 통해 요구하는 것들은 충분히 교육부와 학교에서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의 목적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이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사람에게 통합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생애 주기에 따라 장애 유형과 정도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을 실시해 학생들이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 통합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고,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상 정당한 편의 제공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성별·장애 유형·정도·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모든 제반 수단과 조치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어 “건강장애 학생으로서 특수한 교육적 요구는 대한민국 헌법, 특수교육법, 장애인차별금지법상으로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법과 제도가 많은 부분 의무가 아닌 재량으로 정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법들의 입법자들이 재량으로 둔 것은 예산 핑계, 우선순위 핑계를 대라고 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법과 제도의 많은 부분이 재량인 이유는 다양한 장애 유형과 정도, 개별적인 특성을 고려해 장애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을 제공하라고 재량 규정으로 둔 것임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는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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