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중심으로 진행되는 스포츠 중계가 시각장애인을 소외시키고 있다. TV시청은 시각장애인 다수가 즐기는 여가 활동이고 드라마 뿐만이 아니라 스포츠 경기 시청을 좋아하는 이들 또한 많다.
TV에서 하는 중계를 듣거나 TV가 없는 이는 실로암복지관이 운영하는 ‘실로암포네’로 중계를 듣는다. ‘실로암포네’의 ‘엔터테이먼트’ 항목 중 ‘TV라이브’로 들어가면 KBS스포츠, MBC스포츠 등을 통해 중계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스포츠 중계를 시각장애인이 듣다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중계하다 보니 누락 되는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 7·80년대 같이 스포츠 경기가 라디오를 통해 중계되던 시절에는 설명이 자세했다. 모두가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공통으로 전제하기에 사소한 정보도 말로 전달해주곤 했다.
야구 경기라면 선수의 키는 얼마인지, 야구방망이를 짧게 잡았는지 길게 잡았는지 등을 모두 알려줬다. 축구 경기도 마찬가지로 공이 어디서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경기를 지켜보는 감독과 코치의 표정은 어떤지 말로 묘사를 했다. 점수만 해도 두 세 번에 걸쳐 얘기해주니 답답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본다고 전제하는 요즘에는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경기에 대해 설명하고 묘사하기 보다는 선수의 기술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반응에 중점을 둔다. 특히 야구 중계의 경우 1회 초가 끝난 정도로는 점수를 말해주지 않으니 알 길이 없다. 3회 초나 6회 말에 경기를 보기 시작한 사람이면 더더욱 답답하다.
현재 점수를 말해주지 않으면 시각장애인은 알 길이 없는데 중계진 입장에선 말할 리가 없다. 점수가 화면에 떡하니 나와 있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에겐 말할 필요 없는 정보가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선 경기를 즐기기 위해 필요하다는 데에서 불편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스포츠 경기를 라디오로 중계하면 좋겠다. KBS, MBC 등 방송사가 하기에는 현실적 여건으로 어렵다면 장애인이 청취자인 라디오 채널만이라도 시각장애인을 고려한 스포츠 중계방송을 편성하길 바란다. 청취자가 시각장애인인 점을 고려해서 중계한다면 소외되는 사람 없이 누구나 운동 경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한편 TV 드라마에는 화면해설이 도입되어 시각장애인의 관람을 돕고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도 화면해설이 제공된다. 이러한 추세는 점점 확산될 것으로 보이니 야구, 축구 등 운동 경기에도 화면해설을 도입하면 시각장애인의 여가생활 폭이 늘어날 것이다.
시각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시각장애인연합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노력을 기대한다. 기술적인 문제에서 협력이 필요하다면 방송사나 TV 제조업체에 도움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주체가 모여 노력한다면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일한 문화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운동 경기를 보며 희노애락을 공유하는 날이 조만간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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