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이 온라인 선착순 예약에 밀려 하나뿐인 장애인 객실을 이용하지 못했는데, 차별이 아니라니요?”
휠체어를 사용하는 중증장애인 A 씨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장애인 객실을 보유하고 있는 부산의 B 호텔을 자주 이용해왔다.
지난해 말 그동안 이용했던 방식대로 호텔 측으로 전화 예약을 하려 했으나, 갑작스럽게 시스템이 바뀌었단다. 기존 전화 예약 후 장애인복지카드 확인 방식에서, 장애인 비장애인 상관없이 온라인 선착순 예약제로 바뀐 것.
A 씨는 누군가에 밀려 딱 하나의 장애인 객실을 이용하지 못했다. 그는 장애인 객실이 아니면 다른 선택권도 없는 중증장애인이다.
이에 A 씨는 국가인권위원회 부산 인권사무소에 “장애인에게 우선 예약 배정을 거부했다”면서 진정을 제기했지만, 6개월이 지나서야 인권위는 ‘차별이 아니다’라고 기각했다.
인권위는 기각 이유로 중증장애인에게 우선 예약과 배정을 하지 않는 것은 ‘차별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상 시설물 접근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 규정은 장애인 객실 설치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우선 예약이나 배정에 대한 내용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장애인에 대한 우선 예약, 배정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정당한 편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B호텔이 해당 객실에 대한 장애인 우선 예약 정책을 철회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선착순 경쟁을 하게 됐지만, 장애인도 웹사이트를 활용해 예약할 수 있고, 해당 객실이 같은 정원의 객실보다 비용이 1만원 정도 비싸므로 장애인이 해당 객실의 이용 기회가 결과적으로 박탈당한 것으로 추단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은 10일 인권위 부산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감수성이 부족해 차별을 정당화한 것”이라며 기각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 따르면, 30실 이상의 객실을 보유한 숙박시설은 전체 객실의 1%, 관광숙박시설은 객실 수와 관계없이 3% 이상의 장애인 등이 이용 가능한 객실을 보유하고,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장추련은 “법에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객실을 일정 비율로 설치하도록 하는 것은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객실을 최소한이라도 확보하기 위한 취지로 규정된 내용”이라면서 “법의 취지를 고려해 실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우선 예약 등의 의무도 함께 규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타 객실을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장애인 객실을 이용하기 위해서 비장애인과 경쟁하지 않도록 하는 우선 예약과 배정의 절차는 필요한 ‘정당한 편의 제공’이라는 것.
따라서 웹사이트를 통한 선착순 예약은 장애인에게 불리한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장추련은 “해당 진정의 숙박시설은 전세계적인 기업으로 장애인 객실에 대한 우선 예약과 배정에 있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과도한 부담이 있다고 보기 매우 어렵다”면서 인권위에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달라“고 행정심판 청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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