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새벽 4시 30분 경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대한안마사협회가 서울역 광장에 ‘안마사 고 장성일 추모 분향소’를 설치했다. 서울역 직원들은 허가를 받지 않은 설치라며 철거를 요구하였고, 6시간 동안 대치했다. 결국 김예지 국회의원과 서미화 국회의원이 ‘시각장애인들이 억울한 죽음을 알릴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며 중재를 하여 24일 오전까지 분향소를 유지하기로 결정됐다.
대한안마사협회는 오는 24일 오후 1시부터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서 추모 집회를 하기로 했으며, 이날 전국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집결하기 위해 서로 연락들을 취하고 있다.
고 장성일(44세) 씨는 30세를 갓 넘기고 실명했다. 한참 일을 해야 하는 청년 시절의 실명은 모든 것을 앗아가는 충격이었다. 하지만 방황할 여유는 없었다. 부양해야 하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방황이나 좌절은 두 아들의 장래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었고, 봉양하고 있는 노부모에게 걱정거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장 씨는 그동안의 삶에 미련을 버리고 재빨리 시각장애인으로의 제2의 삶을 준비했다. 6년 동안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며 안마를 배웠다. 그리고 2018년 드디어 안마원을 차렸다. 수입은 빠듯했고, 고객에 대한 응대와 카드 결재 등을 하기에 눈이 필요했다.
장 씨는 활동지원제도에 대해 동료 시각장애인들로부터 정보를 얻었다. 활동지원 제도는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자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옷 입기와 세수하기 등의 신체적 활동, 식사 준비와 같은 가사활동, 그리고 외출에서의 동행 등 사회활동 지원을 급여 범위로 정하고 있다.
이 제도는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 지체장애인의 지원 필요 정도를 측정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평가도구를 사용해 서비스 제공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정보 제공과 같은 눈이 되어주는 서비스가 필요한데, 그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늘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달 의정부시는 장 씨가 부정수급을 했다며, 2억 원 정도를 환수하겠다며 경고했다. 활동지원사를 개인 일상생활이 아닌 영업활동에 활용하였다는 것이다. 5년 간 활동지원을 받은 금액을 모두 합하여 환수 조치 하겠다는 것이다.
장 씨는 주로 안마원에서 생활을 한다. 신발을 찾아달라거나, 식사 준비를 부탁하는 것은 합법이고, 고객이 내민 카드로 결재 도움을 받거나 고객이 걸어온 전화를 받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어서 5년 간의 지원 전액을 환수한다는 것이다.
1인 사업장은 정확하게 업무와 일상생활 지원이 구분되지 않기도 하고, 별도의 직원을 고용할 형편도 되지 못한다. 수입을 위한 활동에 활동지원사가 눈을 빌려주었다고 모든 활동지원 서비스를 금액으로 환산하여 내어놓으라고 하니 청천벽력이었다. 실명의 청천벽력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희망이라도 남아 있었는데, 감당할 수 없는 금액과 자신이 나쁜 부정 행위을 했다는 지적은 죄책감과 자존감, 삶의 의미 모두를 앗아갔다. 삶을 포기하기 하루 전인 3일 장 씨는 스마트폰에 문자로 유언을 남겼다.
“삶의 희망이 무너졌네, 너무 억울하네. 5년이 넘게 의정부시나 센터들에서 아무런 언급도 없더니 갑자기 이렇게 뒤통수를 치네. 현실하고 행정하고 하나도 안 맞고 지랄 같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장애가 있어도 가족을 위해 살았고, 남들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하고 싶은데, 내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 허무하네. 아들 미안. 엄마 아빠한테도 죄송해요. 가계에 있는 황금돼지(저금통)는 (가게) 오픈 때부터 모은 것이에요. 불우이웃돕기로 모은 것이니 소년 소녀 가정에 기부해 주세요. 그럼 모두 안녕.”
지난해부터 1인 사업주에 대해서도 근로지원인 제도가 시행되었지만, 5년 전에는 그런 것도 없었고, 일하는 장애인이 절대로 일과 관련된 것에는 활동지원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모호(시각장애인을 찾아온 친구에게 활동지원인이 커피를 내어 주는 것은 합법, 안마를 받으러 온 사람에게 커피를 내어 주는 것은 불법) 하기도 하고, 눈이 필요한데 도와줄 사람이 유일하게 활동지원사만 옆에 있는데, 도와주겠다는 것을 엄격하게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장 씨는 이런 규정은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처럼 인식하고 있지도 않았던 갓 같다. 제도가 있다고 이용하라고 하여 신청을 했지만 정확한 안내나 교육도 없었다.
분향소를 찾는 전국의 시각장애인들은 지인이나 동료로서 그의 삶을 기리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정말 선량하지만 치열하게 살려고 했는데, 부정행위자로 낙인이 되자 삶의 희망을 읽어버린 그의 삶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장애를 가졌지만 누구보다 도덕적으로 살고 있다는 자존심이 휴지 조각이 되어버린 그의 생을 기리고 싶은 것이다. 장 씨가 희생자임을 인식한다.
그리고 분향에는 울분이 들어 있다. 최근 활동지원 부정사용자를 색출하기 위해 정부가 혈안이 되어 있다. 신고 콜센터를 설치하고 신고자 포상제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조사를 나온 담당자는 너무나 위압적이고 장애인을 쥐잡듯이 하고 있음을 상기하면서 말이다. 여기저기서 조사를 받으면서 이런 예비 범죄자 취급을 당할 것이면 활동지원을 공연히 받았다는 후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또한 불함리하고 불분명한 제도를 개선하여 실질적인 활동지원이 되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특히 국회 앞 집회에서는 이 문제에 집중하여 제도개선을 위한 궐기대회로 진행될 예정이다.
장애인이니 한번 봐 달라거나, 단속을 완화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직접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받은 것인데, 부정으로 취급당하면 돈으로 내어야 한다. 사고를 당해 보험회사가 책임을 진다고 하여 큰 수술을 했는데, 후에 보험회사가 잘못 나간 것이라며 수술비 수 억원을 돌려달라고 하는 통첩을 받은 것과 같다. 자부담으로 수술을 한다면 비용이 없어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을 준 보험사가 나중에 지원한 것을 취소하여 수술을 선택할 기회마저 없애 버리니, 이제라도 수술 대신 죽음을 선택하는 심정으로 장 씨는 죽음을 선택했을 것이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안은 이것뿐이었다.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제35조는 부정수급에 대하여 현금 징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26조는 활동지원 업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19조2에서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을 수행하기 위하여 활동지원 급여를 적정하게 사용하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사회생활이란 단순한 외출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침서에 정해 놓고 그렇지 않으면 부정으로 책임을 추궁하도록 되어 있다.
지침서는 중계기관이나 참고하지 장애인이 그런 것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지급 능력이 있으면 자부담으로 인력을 고용했을 것이다. 비용이 없어 제도를 이용한 것인데, 잘못 사용했으니 모두 돈으로 내라고 하니 낙인과 부담할 수 없는 징수조치는 막다른 죽음으로 몰아버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굶어 죽어도 쌀을 구입할 돈을 줄 수는 없고, 외출은 얼마든지 도와준다는 것이 맞는 제도인가? 필요한 서비스가 눈인데, 가장 눈이 필요한 사회생활 즉, 직업활동에서 일부 눈을 빌렸다는 것이 그렇게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하고, 범죄자로 낙인이 찍힌다는 것은 그에게 세상의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아직도 공급자 중심 시혜적 복지가 가져온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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