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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용어 삭제,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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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21.10.12 조회5,6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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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접근성의 보편화는 장애인 접근성의 축소로 이어진다 어느 순간부터 ‘장애인’ 이라는 용어가 슬그머니 삭제되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확산되고, ‘교통약자’라는 용어가 보편화되면서 마치 ‘장애인’이라고 쓰면, 유니버설 디자인에 안 맞거나 시대에 뒤진다고 여겨지고, ‘장애인’은 ‘교통약자’안에 다 포함된다고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어느 순간 ‘장애인’이라는 용어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용어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픽토그램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 시작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이었다. 법 제정 당시인 2006년에 제정된 교통약자법 제3조(이동권)에서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는...’이라고 하여 교통약자에 장애인이 포함될 뿐만 아니라 이동권의 중심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었다. 이것은 교통약자법의 제정이 장애인 이동권 운동의 결과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2012년 6월에 개정된 교통약자법에서는 제3조(이동권)에서 ‘장애인 등’을 삭제하고 ‘교통약자는...’이라고만 정의하고 있다. ‘장애인 등’이 삭제된 것이다. 도시철도 역사의 엘리베이터 픽토그램에서도 장애인 픽토그램이 삭제되고, 노인, 임산부, 어린이 픽토그램만 표시하고 있다. 마치 이제는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노인, 임산부, 어린이를 위한 엘리베이터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최근에 본 장애인용 화장실에는 장애인 용어가 사라지고 ‘교통약자 화장실’로만 되어 있었다. 이렇게 ‘장애인’이라는 용어와 ‘장애인 픽토그램’의 삭제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은 편의시설이나 접근성의 문제가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과 노인 등을 포함한 모든 교통약자의 문제라는 인식을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부정적인 측면은 미처 장애인의 접근성에 대한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접근성의 성급한 보편화가 이루어지면서 오히려 장애인이 배제되고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장애인’이라는 용어와 픽토그램을 삭제해도 될만큼, 우리 사회의 장애인 접근성 인프라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가에 있다. 장애인화장실 대신에 교통약자 화장실이 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전 층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남녀 각각 독립형 화장실로 설치되어 있거나 일반 화장실 내에 남녀 각각 넓은 대변기칸이 설치되어 있어서 장애인이 화장실 가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휠체어 사용자 등 장애인도 모든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므로 굳이 장애인용 화장실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을 것이며, 기존의 장애인용 화장실은 장애인을 포함한 노인, 어린이, 영유아동반자 등 교통약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 용어는 그때 삭제해야 한다. 장애인용 엘리베이터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용 엘리베이터의 크기가 15인승 보다 큰 20인승, 30인승 정도가 되고, 1층이 아닌 2층이나 지하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모든 곳에는 20승 이상의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1대 이상 설치되어 있을 때, 비로소 장애인이라는 용어 또는 픽토그램을 엘리베이터에서 삭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미 엘리베이터는 장애인 뿐 아니라 교통약자와 비장애인도 함께 이용하는 시설이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여전히 장애인용화장실은 대형 신축 건물의 1층에 남녀 각각 1개씩만 설치되어 있고,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는 15인승이어서 1-2명만 타도 휠체어 사용자는 내부에서 회전이 불가능하며, 장애인용 엘리베이터의 수도 적어서 한참씩 기다려서 이용해야만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편의시설 및 이동편의시설에서 ‘장애인’ 용어나 픽토그램의 삭제는 휠체어 사용자를 비롯한 장애인의 이용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1곳의 장애인용 화장실을 수많은 교통약자와 함께 사용해야 하고,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교통약자 뿐 아니라 비장애인과 함께 이용해야 해서, 번번히 사람들에게 뒤로 밀려나야 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장애인용 화장실이 다목적화장실로 변경되면서 정작 장애인들은 화장실 이용이 어려운 것이 그 예이다.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접근성을 간과하거나 경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최근 늘어나는 가족화장실이 정작 휠체어 사용자는 이용할 수 없도록 좁게 만들어지는 것이 그 예이다. 접근성의 보편화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 보편화는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충분한 인프라 구축과 장애인 접근성을 기본으로 한다는 전제 조건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몇몇 사례에서 볼 수 있는 성급한 보편화는 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성급한 접근성의 보편화는 결국 장애인 접근성의 축소로 이어질 뿐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칼럼니스트 배융호 칼럼니스트 배융호블로그 (access2korea@gmail.com) 출처: 에이블뉴스(2021-1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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