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조정신청 보류 장기화에 ‘삶’ 피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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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11.01.31 조회5,540회 댓글0건본문
활동보조 끊겨 직장 잃어…기약 없는 기다림에 분통 심사센터, “등급판정제도 개선 추진 중, 이후 재심사” 에이블뉴스-
"발가락 움직인다고 활동보조 없어도 되나"
“등급심사가 완화될 때까지 일단 장애 2급인채로 보류하자고 하네요. 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죠? 언제까지 기다려야 1급이 되어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요.”
김정화(47·전남 여수)씨는 끝없는 싸움과 기다림에 지쳤다고 했다. 복지부의 ‘말도 안 되는 판정’이 억울해 불면증까지 생겼다. 장애등급심사로 1급에서 2급으로 등급이 떨어진 김씨는 작년 8월 ‘장애등급 조정신청’을 냈지만, 국민연금공단 장애등급심사센터로부터 '일단 보류'하자는 전달만 받고 현재까지 기다리는 중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왼쪽 검지발가락 겨우 까딱···“운동유발단위 관찰됐다” 2급 하락
하지기능장애가 있는 김씨는 세살 이후 단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다. 있는 힘껏 힘을 줘야 다리 전체 중 오른쪽 검지발가락 하나가 겨우 까딱거린다. 척추측만증까지 있어 앉아 있기조차 버겁다. 김씨는 장애1급으로 살아왔고, ‘1급만 받는다’는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으며 회사도 다녔다. 장애가 심했기에 정부가 지원하는 활동보조서비스를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년 활동보조서비스 추가시간을 지원받기 위해 받은 장애등급심사는 김씨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복지부가 ‘두 다리를 각각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운동유발단위가 관찰됐다’며 2급으로 하향 조정시킨 것. 이후 결과에 불복한 김씨는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달라진 건 없었다.
(2010년 8월 13일 "발가락 움직인다고 활동보조 없어도 되나" 기사참조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14&NewsCode=001420100810171342958375)
이 과정 속에서 작년 9월 활동보조서비스가 끊겼고 다니던 회사도 그만뒀다. 활동보조인의 도움으로 전반적인 생활을 이어온 김씨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결과였다.
현재 김씨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시로부터 월 60시간의 활동보조서비스를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100시간을 받던 김씨에게 60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김씨는 "원래 100시간을 받다가 100시간도 부족했기에 추가 지원을 받으려고 등급심사를 받은 것"이라며 "활동보조서비스는 내가 장보면서 집안일도 하고 병원다니고 회사까지 다닐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지금 60시간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특히 김씨는 “대학병원에서 근전도 검사 등의 정밀 검사를 받아 조정 신청할 때 제출했었다. 결과가 좋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고, 그러면 올해부턴 활동보조서비스를 다시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회사도 1월부터는 다시 다니기로 했었는데···. 결국 다니지 못하게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장애등급심사가 강화되면서 등급이 하락돼, 활동보조서비스 등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속출했고, 장애인들은 '장애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등급심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해 '등급 폐지'를 요구하며, 장애등급심사센터를 점거한 모습. ⓒ에이블뉴스
운동근육 살아있어 2급 vs “직접진단으로 확인하자” 분통
“복지부 직원이 저더러 비만이라서 못 걷는답니다. 근데 전 38kg나갔을 때도 걷지 못했습니다. 또 저더러 허리보조기 차면 걸을 수 있을 거래요. 근데 어쩌나요. 전 허리보조기가 집에 4개나 있는데도 걷지 못한다구요.“
김씨는 ‘장애등급 조정신청’을 하고 조사되는 과정에서 복지부로부터 ‘방안에서 걸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사 8명이 모여 서류를 토대로 재검사를 했지만, 걸을 수 있는 아주 미세한 운동근육이 살아 있어, 결국 조정신청 결과도 2급밖엔 나올 수 없다는 것.
황당한 결과에 김씨는 복지부 측에 “직접 찾아갈테니 걷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직접 보여줄 법적 근거가 없다”며 복지부는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김씨는 “내가 걸을 수 있는데 마치 못 걷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복지부 말대로 걸을 수 있다면 장애 1급, 2급 다 필요 없고 활동보조서비스도 다 필요 없다. 걸을 수만 있다면 정말 희망적”이라며 “하지만 난 40년 넘게 걸을 수 없었던, 없는 사람이다. 내 다리는 잘라내도 그만인 다리”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김씨는 "근전도검사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어떻게 무릎도 고관절도 안움직인다고 나오는데, 거동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내릴 수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말도안되는 검사, 판정때문에 나같은 피해자들이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다. 책상에 앉아서 서류만 보고 말도 안 되는 진단 내리지 말고, 나를 직접 보고 정확한 판정을 내려달라”고 주장했다.
이후 얼마 뒤 장애등급심사센터는 김씨에게 “올해 장애등급판정 제도의 개선방안이 추진돼, 제도 개선 후 재심사하자”고 통보했다. 제도 개선이 언제 될지도 모른 채 마냥 ‘보류 상태’로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장애등급심사센터 관계자는 “복지부로부터 내려온 지시에 따르면 수차례의 의학회의 및 장애판정 분과회 결과 김씨는 2급 신청으로 의결됐으나, 본인이 심사결과 통지를 받기 거부하고, 올해 장애등급판정 시 복지전문가 등이 참여하도록 제도개선 방안이 추진 중이기 때문에 보류로 있는 상황”이라며 “추후 재심사가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씨는 "나는 거부하고 취소한 적이 없다. 복지부는 내게 통보서를 준적도 없고 단지 걸을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난 절대 걷질 못한다고 설명했더니 복지부가 '그럼 걷는다는 말을 빼고 통보하겠다'고 말을 바꾸더라. 결과를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냐"며 "복지부가 계속 걷지 못하는 나더러 걸을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길래 아니라고 해명한 것을 갖고, 통보를 거부했다고 결론짓는 게 말이 되냐. 이게 어떻게 등급심사냐"며 반박했다.
김씨는 “원래 등급인 1급도 아니고, 2급으로 보류해서 활동보조서비스도 받지 못하게 발을 묶어놓고, 가만히 기다리라고만 하면 내 삶은 어떻게 되냐”며 “빠른 판정, 정확한 판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정가영 기자 (tasha@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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