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살해한 엄마 용서한 법원은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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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10.05.17 조회5,317회 댓글0건본문
장애 이유로 한 가족의 살인사건 엄정 처벌해야
장애 갖고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서둘러야
에이블뉴스
#1=30대 어머니 이아무개 씨는 지난해 9월 생후 2개월 된 딸의 얼굴을 이불로 덮었습니다. 선천성 눈꺼풀 처짐, 안면신경마비 등의 장애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어머니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는 장애를 지닌 딸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생명을 빼앗았지만 자수했고 남편 등 가족이 처벌을 원치 않고 있다. 이씨가 피해자의 장애를 비관해 범행한 점과 본인의 죄를 뉘우치고 깊이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습니다.
#2=60대 아버지 강아무개 씨는 지난 12일 정오께 구례군 구례읍 집에서 지적장애 1급의 자신의 큰아들(23)을 각목으로 2시간여 동안 마구 때려서 죽였습니다. "변을 가리지 못하고 사람을 귀찮게 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나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1년 만에 퇴원해 집으로 돌아온 아들이 못마땅했나봅니다.
강 씨 가족은 모두 지적장애가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아들까지. 당시 둘째 아들(21)은 형을 함께 폭행하고 어머니도 이 장면을 방관하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숨진 아들의 선배(37)는 지적장애가 없는 비장애인이었는데, 후배의 죽음을 방관하기만 했습니다.
강 씨 가족은 다음날 오후 2시께 손수레에 시신을 싣고 인근 공동묘지를 찾아 떠났습니다. 몰래 암매장하려는 것이었는데,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사체는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 중입니다.
▲장애아들을 암매장한 사건을 보도한 MBC 뉴스 화면. ⓒMBC
이번 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두 장애인 가정의 잔혹사입니다. 장애인계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특히 첫 번째 사건에 크게 반응했는데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우방송모니터단은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은 죽여도 용서가 된다라는 판결이 났다"고 개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제11부(부장판사 강을환)에서 내린 것인데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우방송모니터단은 "장애라는 이유만으로도 죽임을 당해야하는 장애아! 하지만 법원은 '장애아이기 때문에 용서할 수 있다'라는 법리적 해석을 내놓음으로써 장애인을 두 번 죽이는 결과를 내놓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장애인위원회는 "장애인 자식을 죽이는 것은 사회적 중죄"라면서 "우리는 만약 피해자가 장애아동이 아니더라도 가벼운 죄로 볼 것인가?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눈물어린 감동의 드라마로 볼 것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새날동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대한민국헌법이 죽었다고 개탄했습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명시된 헌법 10조가 한 법조인의 어이없는 판결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망과 다름없게 됐다는 비판입니다.
그리고 판사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의 ‘동정심 많은 판사님! 판사님은 정상인(비장애인)만 이 지구상에 남기를 원하십니까?’" "이번에 내린 양형판결 하나에 뒤따를 수 있는 수많은 재앙적 사태를 책임질 수 있는가? 수없이 반복되는 동류의 범죄사건에서도 여전히 저울과 법보다는 마음과 눈물에 의존한 판결을 내릴 것인가? 만약에 그렇다면, 이 땅의 이유 많고, 사연 있는 범죄자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진짜 악랄한 몇몇 범죄를 빼고 사연 없는 범죄가 있을까?"
가족에 의한 장애인 살해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생활고를 비관하며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에게 농약을 먹이고 남은 농약을 먹고 자신도 함께 죽으려 했다가 자신만 살아난 아버지도 있었고, 23살 난 딸이 '소리를 지른다'는 이유로 목을 조르고 주먹으로 얼굴 등을 때려 숨지게 한 아버지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장애인의 생명권이 위태위태한 지경입니다.
장애아를 살해한 가족에게 관대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이미 여러 판례가 있습니다. 지난 2004년 보도를 찾아보면 중증장애를 가진 손녀에게 극약을 먹여 숨지게 한 할머니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적이 있습니다.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2003년 11월 지적장애 1급 장애아인 손녀 10살 손녀에게 극약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5년을 구형받은 79살 이모 할머니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자기 한 사람의 희생으로 모든 가족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범행이 이뤄졌고 그동안 살아온 인생 자체가 형벌 이상의 고통이었음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장애인들의 존재는 부정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법원의 판결이 장애인들의 죽음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내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 대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법원을 바꾸지 않는다면 장애를 이유로 한 죽음도 계속될 것입니다. 장애를 갖고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더욱 박차를 가해야합니다.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서둘러야합니다. 정말 서둘러야합니다.
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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