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못가는 2층 투표소 또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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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10.05.24 조회5,362회 댓글0건본문
투표소 장애인당사자 모니터링 현장 동행 취재
화장실 접근성 대부분 문제…2층 투표소도 있어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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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투표하지마' 2층투표소 또 설치
13일 오전 10시 반 체육 수업을 받는 학생들로 시끌벅적한 고양시 H중학교 운동장. 교시로 진입하는 입구 앞에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는 김태엽(39·지체장애1급) 씨. 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 카메라와 볼펜, 서류 몇 가지를 들고 교내 편의시설을 꼼꼼히 살펴보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도대체 김 씨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김 씨는 "장애인들이 다가오는 지방선거 때 투표소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러 다니는 중이다. 오늘 하루 17곳의 시설들을 돌아다녀야 한다"며 바삐 움직였다. 김 씨는 일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실시하는 '고양시 선거 투표소 접근권 모니터링'의 단원이다. 총 9명의 단원들은 지난 10일부터 선거관리위원회가 고양시 지방선거 투표소로 배정한 201곳(덕양구: 92개, 일산동구: 50개, 일산서구: 59개)의 시설을 돌아다니며 장애인 유권자의 접근성을 파악하고 있다.
장애인주차구역부터 화장실까지 꼼꼼히 조사
김 씨가 들고 있는 체크리스트를 보니 ▲투표소 입구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출입구 경사로 ▲엘리베이터 ▲점자블록 ▲장애인화장실 ▲남녀 화장실 구분 등 총 6개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있음, 출입구 경사로-있음, 점자블럭-없음, 장애인화장실-없음' 식으로 편의시설을 체크했다.
김 씨가 제일 먼저 확인하는 곳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 주차구역은 투표소 접근문제를 풀 때 가장 먼저 챙겨야할 곳이다. 그 다음은 건물 출입구다. 이날 H중학교에서 김 씨는 완만하게 설치된 출입구 경사로를 이용해 건물 진입에 성공했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당사자인 김 씨가 성공했다면 6월 2일 이곳에서 투표하는 장애인의 접근성도 높다는 것.
시설 내 접근은 가능했지만 화장실이 문제였다. 장애인들이 접근 가능한 화장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도 없었다. 김 씨는 "어떤 한 시설의 장애인화장실 문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스티커가 붙여진 채로 잠겨있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온갖 물건이 쌓인 창고였다. 장애인화장실이 있는 경우에도 대부분이 남녀 공용"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투표소로 배정된 1층 교직원식당 주변을 샅샅이 살폈다. 그는 "투표소가 2층이 아니라 다행"이라며 "지난 16대 대선 땐 투표소가 2층이라 계단을 올라갈 수 없어 사람들에게 휠체어 통째로 들려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설마 이번 선거에도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2층 투표소가 배정됐을까?
장애인 접근 불가한 2층 투표소 또 설치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니터링 과정에서 2층으로 투표소가 배정된 곳이 발견된 것. 일산센터 이지수 간사는 "J주민센터는 1층이 업무를 보는 민원실이라 2층으로 투표소가 배정돼 있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어 장애인의 접근은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 간사는 “선관위가 이미 조사한 투표소들이지만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다시 조사했을 땐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들이 적지 않았고, 특히 대부분의 점자블록은 정지 표시만 돼 있는 곳이 많았다"고 모니터링 중간 결과를 소개했다.
이어 이 간사는 "결과를 선관위에 알려 장애인 접근권을 위한 시정을 요구하고, 24일 열리는 고양시장 및 광역후보 공청회에서도 보고할 계획"이라며 "이번 모니터링이 장애인의 참정권을 확보하고, 투표 접근권을 보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의정모니터링 사업에 참여했던 경험을 살려 이번 모니터링에도 참가한 김태엽 씨. 김 씨는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려면 일단 장애인 당사자가 집안이 아닌 바깥으로 계속 나와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장애인의 존재를 알리고 또 편의시설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가영 기자 (tasha@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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