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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고용, 직업능력 아닌 배치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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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08.08.20 조회5,4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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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의 지적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선결과제 고용실패 원인과 책임은 지적장애인에게 없다. 얼마 전 장애인복지관에서 시행하는 지적장애인의 고용 증대를 위한 프로포절을 본 적이 있다. 그 내용의 주된 내용은 지적장애인의 역량강화를 통하여 고용증대를 꾀하는 것이었다. 나는 담당자에게 물었다. "지적장애인의 역량강화란 무엇인가? 지적장애인의 고용실패 원인이 무엇인가?" 그는 나에게 대답했다. "지적장애인의 작업능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역량강화고, 고용실패 원인은 지적장애인이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다시 되물었다. "정말일까?" 이러한 대답을 들어보면서 몇년전 독일에서 지적장애인들이 일을 하던 광경을 생각해냈다. 울름(Ulm)이란 도시에서 본 지적장애인의 고용현장은 나에게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여러 공정이 있었지만, 한 공정에 테이블이 놓여져 있고, 그 테이블에는 장애인 두 사람이 일하고 있었다. 한 친구는 무엇인가를 조립하고 있었고, 다른 한 친구는 테이블에 엎드려 얼굴을 대고 있었다. 나는 직원에게 물었다. 저 친구는 왜 앉아 있지 않고, 얼굴을 테이블에 대고 있느냐? 그는 대답하기를 제대로 앉기가 힘든 척추장애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지적장애가 심하다고 했다. 더 놀라운 일은 얼굴을 테이블에 대고 있는 친구가 하는 일은 앞에 앉아있는 친구가 조립한 물건은 단지 10개씩만 세어서 분류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 친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에서 열까지 세는 것뿐이다. 열까지만 셀 수 있어도 일할 수 있는 현장. 이것이 지적장애인의 고용현장이었다. 다른 공정을 돌아보았다. 큰 기계 앞에 늠름한 친구가 당당하게 서 있었다. 기계 앞에 서 있는 그 친구의 기개(氣槪)는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나는 직원에게 물었다. 저 친구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그는 친절히 대답했다. 기계에서 종일 울리면 기계 문을 여는 것이고, 기계 안에 있는 물건이 빠져나가고, 그리고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면 문을 닫는 일을 한다. 그런데 그는 기계를 다룬다는 자부심에 날마다 즐겁다는 사실이다. 앞의 친구는 열까지만 세어도 일을 하고, 문을 열고 닫을 줄만 알아도 고용현장에서 당당할 수 있는 모습은 나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캐나다에서는 다운 증후군 친구들이 커다란 몰(Mall, 큰 시장)에서 카트(cart, 물건 운반하는 기계)를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카트는 정리하는데,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위험에 빠지기 쉬운 다운증후군 친구들에게 적합한 직종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지적장애인의 고용문제가 능력의 문제일까 아니면 지금 지적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하는 거시 더 중요한 일일까? 앞에 제시한 독일의 이야기는 배치의 문제이지, 장애인의 능력의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미술을 잘하는 사람에게 음악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넌센스이다. 경쟁관계라면 모를까 단순직종에서는 전체 능력이 10이라고 할 때, 3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3정도의 능력이 요구되는 작업에 배치하여 그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지적장애인의 고용증대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약 2년간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장애인들이 일하고 있는 회사에 가서 1주일에 한번씩 방문한 적이 있었다. 거기에는 지체장애인과 청각장애인만이 있었다. 손으로 하는 작업을 하는데, 하반신 지체장애와 청각장애라는 조건은 장애가 아니었다. 하반신 장애인에게 손기능이 무슨 장애인가? 청각장애인에게 있어서 손기능이 무슨 장애인가? 그런데 손으로 하는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그들은 장애인이 받는 작은 월급을 받고 있었다. 죽어라고 일했지만, 일반인들이 손으로 하는 일을 이들도 멀쩡한 손으로 일을 했지만, 장애인이라는 명분하에 월급을 받고 있었다. 이것 참, 우스꽝스럽지 아니한가? 지적장애인의 직장생활에의 부적응 문제? 과연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아마도 지적장애인이 훈련이나 교육을 더 받을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지적장애인의 역량강화는 요구될지 모른다. 그러나 변화무쌍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인간관계 속에서 지적장애인이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바로 여기에 통합(Inclusion)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있어야 한다. 다름 아니라 적응을 해야 할 사람은 지적장애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지적장애인보다 훨씬 능력이 많은 비장애인이 지적장애인을 잘 이해하고 이끌어주고 선도해야지, 능력이 훨씬 작은 지적장애인이 비장애인에게 적응하라는 말은 모순이다. 마치 2살짜리 어린아이가 자기를 낳은 부모에게 적응해야 한다는 말이다. 만일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적응하지 않으면 먹을 것을 주지 않겠다고 위협하는 것과 같다. 이 얼마나 해괴한 논리인가? 장애인의 고용문제는 일반인의 실업문제와 같이 항상 고민이 되는 과제이다. 그런데 지적장애인의 고용에 있어서만큼은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지적장애인의 고용실패의 원인과 책임을 지적장애인에게 돌리려는 것은 위험하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장애인복지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나 고용을 증진해야 할 책임자들이 가지고 있다면, 지적장애인의 고용증대는 요원하다. 아직도 고등학교 졸업을 앞 둔 지적장애인들의 부모는 눈앞이 캄캄하다. 20세의 젊은이로 성장한 장애인을 어떻게 데리고 살아가하는가? 고용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탈시설화는 공염불(空念佛)에 불과할 것이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8-20 06:53:30 칼럼니스트 이계윤 ( leechurch@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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