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과잉행동 거북이 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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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08.08.25 조회5,676회 댓글0건본문
버릇없고 산만한 그 아이의 마음을 너는 아니?
집 앞 편의점에서 그 아이를 만났다. 냉장고문을 열었다 닫았다, 깜짝할 사이에 진열대를 휘저어놓는 아이. 할머니 한 분이 피하려다 팔을 찧고 야단을 쳤다. “얘, 남의 가게서 이러면 어떡해?”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는 바람을 일으키며 달아나버렸다.
지하철과 목욕탕, 식당과 공원에서 이제는 흔히 마주치는 아이들. 어른들은 ‘버릇없이 크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혀를 차지만 원인은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에 있지 않다. 연구에 의하면 ‘과잉행동 장애’는 뇌에서 작용하는 신경전달 물질 때문이라고 추측될 뿐이다.
올림픽 최초 8관왕에 오른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가 어린 시절 ‘과잉행동 장애’를 겪었다고 소개된 이후 이에 대한 관심은 부쩍 커졌다. 다소 생소하게 들리지만, 전체 아동의 약 3∼20% 한 학급에서 한 명 이상은 이를 경험할 정도로 유치원과 초등학교 아동에게는 흔한 질환이다.
수업시간에 짝궁을 집적거려 선생님께 꾸중을 듣는 아이, 무엇이든 진득하게 해내지 못하는 아이, 툭 하면 아이들과 싸우고 돌아오거나 짜증이 가득 찬 아이…. 데보라 M. 모스는 이 아이들의 마음에 주목해 그림책을 썼다. 여섯 살 때 ‘과잉행동 장애’로 진단 받은 아들 라이언에게 보여주며 이를 설명해 줄 알맞은 책을 찾다 아예 펜을 들게 된 것이다.
그림책을 열면 꽤나 어려운 이름인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DHD)'가 의외로 쉽게 다가온다.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당연한 거북이 친구들 사이에서 꼬마 거북이 셜리는 유별난 행동으로 따돌림을 당한다. 점심시간에는 음식을 집어던지질 않나, 팽이처럼 몸을 빙글빙글 돌리질 않나. 스쿨버스 안에서도 가만히 있질 못해 운전기사 아저씨께 꾸중을 듣기 일쑤다.
매일 아침 “오늘은 얌전히 있을 게요”하고 엄마와 약속하지만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무언가가 마구 떠올라 엉뚱한 말을 하고 뛰어다니고 물건을 망가뜨린다. “모르겠어요. 그러려고 그러는 건 아닌데… 늘 일을 저지른 다음에 잘못했다는 걸 알게 돼요.” 셜리는 슬픈 목소리로 말한다. 점점 우울해져 자신의 등딱지 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게 된다.
걱정이 되어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은 “다른 아이들보다 얌전히 있기가 좀 어려운 거란다. 집중을 잘 못해서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실수를 자주 하게 되지.”라고 말씀해 주신다.
그 후 셜리는 매일 아침 얌전해지는 알약을 한 알씩 먹고, 가끔 심리치료 선생님을 만나 마음을 털어놓는다. 꼬마 거북이 셜리의 행동은 완전히 바뀌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심하지는 않다. 친구도 생기고 가족들의 사랑도 느끼게 되어 더 이상 슬프거나 외롭지도 않다.
그림책의 행간 사이에서 부산스런 아들의 행동 너머, 깊은 외로움을 꿰뚫어본 엄마의 마음이 찡하게 느껴진다. ‘과잉행동 장애’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에게 들려 줄 마땅한 답변을 준비 못한 부모님이라면 소파 구석에 놓아뒀다가 함께 자주자주 들여다봐도 좋겠다. 산만한 친구의 행동 때문에 당황하는 꼬맹이들에게도 꼬마 거북이 셜리는 친구의 속마음을 알려주며 친숙하게 다가갈 듯 싶고. 장애어린이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책이라? 그림책 한 권을 덮는 마음이 모처럼 뿌듯하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8-23 09:30:38
예다나 기자 ( hj2kim@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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