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권리증진 계기 되는 개헌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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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21.07.29 조회5,462회 댓글0건본문
당사자·장애계, 차별 요인에 ‘장애’ 추가 등 요구해야
헌법에 장애인 ‘정당한 편의’ 권리로 명시 등도 필요
제5공화국 시절, 대통령 선출을 위한 직선제 개헌을 제외하곤 국가발전을 위한 속도전과 효율을 중시하는 권력집중형 대통령제, 단원제를 우리나라 헌법 체계에 지금까지 계속 유지해왔다.
하지만 빈부격차와 양극화, 불공정‧불평등이 심해지고,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가 있는 등 현행 헌법으로 해결하기엔 많은 한계를 보였다. 그래서 국민들은 국민 기본권 강화, 권력 구조의 개선 및 분권 등을 골자로 한 개헌을 오래전부터 요구해왔다.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박병석 국회의장실과 SBS의 공동의뢰로 한국갤럽연구소에서 전국 성인 천여 명에게 개헌 필요성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 66.4%는 개헌을 원하고 있었다. 전면적 개헌을 요구하는 국민들이 45.4%였고, 국민들은 개헌 진행 시 기본권 강화를 1순위로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국민의 개헌 바람과는 다르게, 정치권에선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권 초기에는 국정 동력의 분산, 집권 후반기엔 대선을 앞두고 있단 이유로 당리당략에 따라 개헌을 반대해왔다. 이번에도 또 그렇게 될까 우려된다.
지난주 토요일엔 제헌절이었는데, 박병석 국회의장은 제헌절 기념사에서 국가, 국민이 나가야 할 정신을 담아내는 헌법을 집권 유불리로 따지는 이해타산 정치를 지금까지 했으나, 내년 대선 일정으로 개헌추진을 미룰 순 없다면서, 대선의 형세를 점치기 어려운 지금이 개헌할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대의정치 하에서 우리 국민들을 대리해 주권, 정치적 권력을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 자신이 국회의원에게 맡긴 만큼 국민 기본권 강화 등을 담아내라는 국민들의 개헌 요구를 의원들은 당리당략으로 반대해선 안 된다.
그래서 국민의 기본권 강화를 담아내는 등 시대 흐름에 맞는 이번 개헌이었으면 한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장애인들도 대한민국 국민인 만큼 이번 개헌 장애인의 참여 속에 이루어지는 개헌이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장애계는 개헌 요구를 했었다. 헌법 제11조 1항에 보면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과 관련해 차별 요인에 장애가 빠져 있어 장애계에선 장애를 반드시 넣으라고 요구했었다.
헌법에 장애인차별금지 내용이 빠지니 국회의원들이 ‘꿀 먹은 벙어리’, ‘집단적 조현병’ 등의 장애인 차별 발언을 계속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엔 장애를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라고 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이런 요구를 한 것이었는데, 실효성을 가지려면 실질적 통합교육 등의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신체장애자 및 질병ㆍ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헌법 제34조의 5항에선 장애유형이 15개 영역으로 넓어진 것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장애계 지적이 있었다.
이 조항에서 정신적 장애인이 빠져 있고, 실제로 이들도 장애, 차별 등의 이유로 생활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 하지만 생활능력은 없다는 건 조금 그렇다. 잔존능력이 남아있어서다. 그래서 신체장애인, 정신적 장애인 및 질병ㆍ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을 상실한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가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개정되는 게 맞다 본다. 보장이 보호보다 권리 측면이 더 짙기 때문이다.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ㆍ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제32조 4항이 있다, 여기서는 고용ㆍ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하는 것에 장애인도 포함해야 한다는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계가 지적한 적이 있었다.
정신장애인은 결격조항으로 인해 의사, 변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직업을 가지지 못한다. 장애인 채용 공고 시 감각장애와 신체장애에 치중되어 있는 등 자폐인은 고용에서 차별받는다. 실제로 자폐인의 2017년 월평균 소득은 34만 5,400원이라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며, 이런 경향은 거의 변화 없다. 지적장애인이 많이 다니는 보호작업장의 경우 월급을 10만 원 이하 받는 장애인이 수두룩하다.
그러기에 제32조 4항에 장애인을 반드시 명시하고, 추가적으로는 성 소수자 등의 명시는 물론 ‘특별헌 보호를 받으며’라는 말을 ‘보호‧보장받으며’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특별한 보호라는 말 속에는 과보호 여지가 있어 장애인이 권리의 객체로 전락할 우려를 남기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제34조 3항에선 여성뿐만 아니라 복지‧권익 향상해야 할 사람에 장애인 등도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 역시 장애 당사자와 장애계에서 나올만하다.
필자는 여기에 또 하나, 헌법에서 장애인 관련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을 권리로 명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문하고 싶다.
통합교육이 되려면 지적장애인에게는 짧고도 쉬운 교수 수정 자료, 자페인에게는 맥락에 따른 정보 제공, 차분한 분위기 조성, 청각장애인에게는 문자통역 등의 합리적 조정이 개인에 따라 필요할 수 있다. 고용의 경우도 지적장애인은 쉬운 자료, 자폐인에게는 차분한 분위기 조성, 청각장애인에겐 수화통역사, 시각장애인에겐 점자정보단말기 등의 합리적 조정이 역시 개인에 따라 필요할 수 있다.
이것이 있어야 비장애인과 함께 일하거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이것을 권리가 아닌 시혜로 보는 한,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더불어 동등하게 함께 어울릴 기반을 박탈당한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에서 편의점 등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설치 기준을 강화한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입법 예고한 안에는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안이 편의점, 음식점,카페 등의 현행 편의시설 의무설치 바닥면적기준을 300㎡이상(약 90평)에서 50㎡(약 15평)으로 강화했기에 얼핏 보면 장애인 권리 증진한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내년 1월 1일부터 신축‧개축‧증축한 건물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거다. 올해까지 신축‧개축‧증축한 건물엔 소상공인들 부담을 생각해 적용하지 않는 거다. 편의시설은 지체장애인에게는 당당하게 편의점으로 들어가고 주체적인 소비자로 갈 수 있는 합리적 조정에 들어감에도 정부는 이를 권리가 아닌 비용으로 본 거다.
만약 권리로 본다면, 그리고 소상공인이 편의시설을 설치할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정부에서 그 비용을 일부 또는 전액 보조하면 된다. 하지만 합리적 조정을 권리로 보는 인식이 우리나라에선 부재하다. 또한, 올해 장애인 편의증진 예산은 한 푼도 없다. 아울러, 50㎡이하의 바닥면적에 해당하는 건물은 편의시설 설치하지 않아도 되니, 바닥면적, 건축일 등에 상관없이 건물에 장애인 편의시설 보장하라는 유엔 권고도 무시하는 거다.
그래서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커피점이나 식당, 편의점 등을 들락날락거리며 주체적인 소비자로 여가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보기가 거의 드물다. 합리적 조정을 권리로 보지 않기에 그렇다. 그러기에 지속 가능한 장애인 고용도 우리 사회에선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 관련 합리적 조정을 권리로 헌법에 반드시 명시했으면 한다. 물론 이 조항 달랑 하나 가지고 현실이 바뀌긴 쉽지 않다, 하지만 합리적 조정이 안 된 고용시장, 편의시설 미설치 등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 등을 압박할 수 있는 근거 하나가 헌법에도 생긴다면 이전보다 압박하는 게 더 강력하지 않겠는가? 결국 우리 사회에서 합리적 조정을 권리로 인식하는 길로 차근차근 나아가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전에 장애 당사자와 장애계에서 요구했던 개헌사항과 장애인의 합리적 조정을 권리로 명시하는 것 등까지 반영해 장애인 권리증진의 계기가 되는 이번 개헌이 되길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마지 않는다. 그런 개헌일 때, 장애인들은 사회에서 어깨 펴고 당당히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거다.
특히 국회의 장애인 비례대표들은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한 개헌과 관련해 장애 당사자와 장애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개헌 작업에 임하길 부탁드린다. 그나저나 올해 폭염과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다. 다들 2021년 한여름 건강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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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출처: 에이블뉴스(2021-0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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