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도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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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21.05.10 조회5,444회 댓글0건본문
지난 수년간 정치권의 장애인 비하 발언이 사회적 논쟁을 일으키면서 대표적 장애 단체들이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고, 국가인권위원회까지 견해를 표명하는 일들이 있었다. 이런 일들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은 높아지겠다는 희망을 가져 보았다.
그러나 어제 모방송국이 어린이날 특선 영화로 <레드 슈즈>를 방영하는 것을 보면서 그런 나의 희망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어린이날, 어린이를 위해 특별히 선택되어 방영된 에니메이션 <레드 슈즈>에서는 ‘난쟁이’이란 말이 여러 번 튀어 나온다. 국어 사전을 찾아보면 이 말이 ‘키가 작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복지법 시행 규칙에 있는 장애등급표에도 키 작은 것이 장애로 (참으로 어처구니 없지만 6급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니까 <레드 슈즈>를 제작한 사람들 그리고 이 에니메이션을 어린이날 방영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 관계한 사람들은 ‘난쟁이’가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라는 사실조차도 몰랐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무시했던 것 같다.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그 충격은 더욱 크다.
다수의 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듯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런 말이 장애인을 비인간화할 뿐만 아니라 그런 말을 사용하는 사람의 생각과 태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 가능한 여러 말들 중에서 굳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을 택해 사용하는 행위는 곧 그런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의중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 의중은 바로 그 사람의 장애(인)에 대한 생각과 태도로 이어지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어린이가 이 같은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 아무런 제재없이 사용되는 현장에 노출되는 경우 그런 용어를 사용해도 괜찮은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결국 그들 스스로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은 어린이에게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심어주거나, 어린이가 이미 그런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더욱 강화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 사용됨으로써 조장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태도가 교육, 취업, 사회생활 같은 실생활 영역에서 장애인의 삶에 파괴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사실 <레드 슈즈>는 장애와 관련하여 또 다른 문제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핵심은 잘생긴 왕자들이 과체중의 공주를 마녀로 오해하고 공격한 잘못으로 ‘저주’를 받아 ‘난쟁이’로 변하고, 이 저주에서 벗어나 ‘난쟁이’에서 왕자로 돌아가기 위해 미녀로 변한 과체중 공주의 뽀뽀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설정, ‘난쟁이’라고 불리는 장애가 ‘저주’받은 결과로 설정된 것은 장애에 대한 아주 오래된, 고질적인, 쉽게 사라지지 않는 생각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로 이런 생각과 태도가 장애는 죄를 지은 개인이 죄를 용서받을만한 행동을 해서 장애를 벗어나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하는 개인적인 문제라는 주장과 직결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장애가 사회적 요인들의 작동 결과라는 생각이나 장애도 인종이나 성처럼 문화적으로 한정된 다름 중의 하나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에 역행하는 행위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장애가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 같은 대중매체가 어린이의 장애(인)에 대한 생각과 태도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많은 국내외 학자와 교육자들에 의해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사항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겪은 경험이 성인의 삶에 강한 흔적을 남긴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어린이가 영화를 통하여 얻게되는 장애(인)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평생을 갈 수도 있는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어린이의 장애(인)에 대한 생각과 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과 인물이 담긴 영화가 아무런 사전 경고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 없이 방영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되겠다.
우리 사회는 장애라는 다름을 포용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나름 열심히 애써 왔다. 이제 적어도 그런 노력에 방해가 되는 일이 없도록 보다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대구대학교 손홍일 명예교수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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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에이블뉴스( 2021-05-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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