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접근 가능한 디지털 환경 구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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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20.07.09 조회5,377회 댓글0건본문
선생님 :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도울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손을 잡고 걸으면 될까요?
학생 : 안돼요.
선생님 : 왜 안돼죠?
학생 : 코로나 때문에 안돼요
선생님 : 선생님은 밖에 나가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하는데 그럼 어떡하지요?
학생 : 그냥 집에 있어요.
며칠전 장애인 이해 교육 수업 중 학생들과 오갔던 내용이다.
코로나19로 우리 일상의 모토가 비대면 비접촉이 된지 오래다. 밀집, 밀폐, 밀착을 지양하라는 방역당국의 권고로 자의반 타의반 타인과의 만남도 조심스러워진다. 그래도 먹고 살려면 일하러 나가야 하고 마트도 병원도 은행도 다녀야 한다. 즐기고 놀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바깥활동을 전혀 안할 수는 없다.
'뭐, 외국처럼 이동제한도 아니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라는 것뿐인데 불편하더라도 안전을 위해 그 정도가 뭐가 문제지.' 비장애인에게는 단순히 불편한 정도일지 몰라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비대면 비접촉은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시각장애인에게 비대면, 비접촉은 치명적이다. 외부 자극을 청각과 촉각만으로 인지할 수밖에 없는 시각장애인들은 이동시 상대의 팔꿈치를 잡아야 하고 사물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모두 손으로 더듬어 확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면하지 않고 접촉하지 않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말한 대로 집에만 있어야 한다.
장애인들은 본래 이동의 불편함이 있고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으며 살아왔으니 현재 상황이 비장애인들보다 견디기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비장애인들이 많다. 비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살아왔던 사회 환경 속에서도 제약을 받으며 살았던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조차 불편함을 느끼는 사회에서는 얼 만큼의 고충이 있을지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일상의 변화는 코로나로 급속히 진행되는 듯하다. 코로나 이전의 삶은 이제 더 이상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는 디지털화 되어 가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 증강인간과 같은 과학적 기술은 장애인 보조공학을 발달시키고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 유용성의 체감 정도는 그리 높지 않다. 일상 속 디지털 환경은 비장애인들 위주로 구축되어 있고 이러한 환경은 장애인에게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지하철역에는 더 이상 발권 역무원이 없다. 무인 발권기와 무인 충전기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얘들은 아무말이 없다.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이용하라든지 아무 말이 없다. 그래서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햄버거 하나 사먹으려니 종업원이 없다. 기계로 주문하라는데 얘도 아무 말이 없다. 활동지원사 선생님도 어찌해야 하는지 모른다. 결국 또 누군가의 도움을 받든지 그게 어려우면 햄버거 먹기를 포기할 수밖에.
집 근처 은행도 통폐합으로 지점을 닫는단다. 온라인 뱅크를 이용하면서 창구 고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용이 용이하지 못한 필자는 이제 차를 타고 은행을 찾아가야 할 형편이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 시설들이 그러했듯이 현재 구축되고 시스템화 되어 가는 디지털 환경은 장애인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세상은 더 빠르게 더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진보하고 있는데 왜 과거보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줄어들고 있을까? 얼 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디지털 환경 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고려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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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경미 (kkm75@kbuwel.or.kr)
출처: 에이블뉴스(2020-0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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