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상담에 장애 유형 따지는 것은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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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19.12.02 조회5,533회 댓글0건본문
▲ 29일 서울 마포구 세아타워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주최로 ‘발달·정신장애인 동료상담 지원 방향 및 동료상담사 양성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손상의 다름 중요치 않아, 차별 경험 있다면 ‘동료’
현재 양성과정 신체장애 중심, 비장애인 참여 고려도
현재 동료상담사 양성과정 커리큘럼이 지나치게 신체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문제 의식과 함께 동료상담에 있어 장애 유형을 따지는 것을 불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장애 유형이 달라도 차별로 인해 억압받은 경험이 동일하다면 동료상담사로의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29일 서울 마포구 세아타워에서 ‘발달‧정신장애인 동료상담 지원 방향 및 동료상담사 양성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우주형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에서는 장애여성네트워크 김효진 대표, 사랑희망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황백남 센터장, 은평늘봄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선윤 센터장 등이 참석해 발달·정신장애인의 동료상담 지원방안과 동료상담사 양성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먼저 발제에 나선 김효진 대표는 “우리나라의 동료상담 지원과 양성과정 방안은 이미 끊임없이 모색되고 있다”며 “현재 단계에서 중요하게 짚어야 될 것은 우리가 동료상담을 하는 이유”라고 운을 뗐다.
김 대표는 “우리는 나보다 어렵고 힘든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동료상담 활동을 한다. 발달장애인 동료상담과 관련해서 고민해야 될 내용이라면 발달장애인의 동료는 누구인가라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며 “그렇게 질문한다면 발달장애인의 동료는 발달장애인이 아니냐는 당연한 답이 돌아온다. 그러나 저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동석 교수가 지난 2015년 논문에서 ‘사회적 모델이나 자립생활에서 장애라고 하는 것은 신체적 손상이 아니라 신체적 손상 위에 부과된 사회의 부적절한 반응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다. 결국 손상의 다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손상에 대해 사회가 부적절하게 반응함에 따라 나타난 차별, 억압이 중요한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며 “저는 이분의 견해에 동의한다. 동료상담에 장애 유형을 따지는 것은 불필요하다. 사회로부터 차별을 받고 억압을 받은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동료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료상담가는 대부분 신체장애인이다. 같은 장애인이라고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가 많은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저은 김 대표는 “장애등급제가 폐지돼 앞으로 장애 유형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과도 함께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 대표는 “비장애인의 참여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동료상담가 양성과정에서는 비장애인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제한되고 있다”며 “이런 기본적인 원칙을 깨는 게 타당하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비장애인 참여는 운영상의 원칙으로 다소 유연하게 적용해도 좋을 것 같다. 자립생활 운동 초창기에는 비장애인 참여 배제 원칙이 장애인 사회참여의 기회를 위해 관철돼야 하는 원칙이었다면, 지금은 장애인 당사자들의 집단적인 힘이 약하지 않기 때문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장애인 동료상담가가 상담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와의 위계질서를 형성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장애인 동료상담가들에게는 위계가 없느냐 하면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장애인 동료상담가들 사이에서도 리더가 소장 혹은 팀장 등 높은 위치에 있을 경우 그것은 이미 동등한 관계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기계적으로 그 사람이 어떤 위치이냐를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고 어떻게 상담에 임해야 하느냐는 것”이라며 확고한 입장을 보였다.
김 대표는 “물론 발달장애인과 동료로서 이야기할 수 있는 준비를 우리가 먼저 해야 한다. 그들의 특성과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가 준비돼 있으면 발달장애인이 누구와 이야기할 수 있는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동료상담가 저변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며 발언을 마쳤다.
이에 황백남 센터장은 “저 역시 동료상담 운영에 있어서는 굳이 같은 유형 장애인당사자가 아니어도 운영의 묘를 살리기 위한 지지적 조력자가 참여 가능해야 한다고 본다”고 동의를 표했다.
황 센터장은 “발달장애와 정신장애 영역에서 끊임없이 조력가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새로운 이들의 참여를 두려워한다”며 “이렇게 되면 정신장애인 동료상담을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동료상담 원칙이 어찌 됐든, 장애라는 공통의 조건들은 이 사회적 불합리에서 다양하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동료상담에서 대등성의 기준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저는 이 대등이라는 것이 꼭 장애유무와 정도에서 형성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상담이 좀 더 (당사자에) 가깝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센터장 같은 (직위가 높은) 분들이 리더로 나서는 것을 배제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 센터장은 가장 효율적인 동료상담 방안에 대해 “IL센터 내 자조모임 활성화가 가장 중요하다. 장애 유형에 상관없이 자조모임에 참가하는 분들이라면 최소 월 2회는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최소한 동료상담 매뉴얼을 개발해서 발달·정신장애인들의 특성과 정보를 정리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윤 센터장 역시 “김효진 대표님의 의견에 백분 공감한다”며 “장애 유형과 전혀 상관없이 같은 목적을 실현해 가기 위해 동료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신장애인과 발달장애인도 동료상담 역시 자립생활 이념을 가지고 자신이 결정하고 선택하게끔,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과 같은 방법으로 상담해야 한다”며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그렇지만 기본은 지키면서 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정서적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 정신장애인의 경우 의료적 관점을 배제해야 한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원칙”이라며 “당사자가 본인의 이야기를 꺼내고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피력할 만큼 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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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기자 (kaf29@ablenews.co.kr)
출처: 에이블뉴스(201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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