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전문 방송인 KBS 장웅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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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19.10.21 조회5,110회 댓글0건본문
▲ 장웅 아나운서
2007년부터 10년 넘게 ‘KBS라디오’ 자리 지켜
전문성 확보…장애인계 친숙한 인물로 사랑받아
KBS가 공영방송이라는 소임을 하고 있는 것은 장애인 전문 채널인 KBS3라디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KBS는 KBS3라디오를 시청료 인상을 요구하거나 국회 국정감사 자료로 사용할 뿐 KBS3라디오에 전문성이 있는 PD도 없고, 책임감을 갖고 있는 간부도 없는 상황에서 KBS3라디오는 개편 때마다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재방송으로 편성하는 방식으로 KBS3라디오를 축소시켜 가고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KBS3라디오를 지키고 있는 유일한 KBS맨은 바로 KBS3라디오 <함께 하는 세상 만들기> MC 장웅 아나운서이다.
그는 2007년에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후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장애인프로그램 전문 사회자로서의 전문성을 확보하며 장애인계의 친숙한 인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은 장웅 아나운서를 만나 본다.
에이블포토로 보기 ▲ 자료사진1. ⓒKBS
Q. KBS 공채 26기 아나운서로 입사 했을 때의 꿈은 장애인프로그램 전문 사회자는 아니었을 텐데.
2000년 KBS에 입사를 했는데 당시는 사회 초년생이라서 그저 내가 좋아하는 방송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기뻤을 뿐 거대한 꿈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아시다시피 프로그램 배정은 조직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내가 원한다고 프로그램을 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라디오, TV 모두 경험하고 프로그램 장르도 뉴스, 교양, 연예 등 두루 경험하며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영역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일반이라서 나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입사한 지 7년 되었을 때인 2007년 KBS3라디오 <함께하는 세상 만들기> (오전 9~10시) 에 프로그램 배정을 받았다. KBS3라디오는 장애인이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단어에 조심해야 하고 주제가 무거워서 사회자로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장애인프로그램이야말로 청취자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와 상식을 주는 내용이 많아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1시간이 단 1초도 헛되지 않은 알찬 방송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리고 출연자 한 분 한 분 너무나 열심히 장애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부끄럽지 않겠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초대석에서 만나게 되는 장애인의 삶은 내가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인간의 고귀한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었다.
이런 매력 넘치는 프로그램이 바로 KBS3라디오 프로그램이기에 떠나지 못하고 12년을 함께하다 보니 장애인프로그램 전문 사회자라고 하시는데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서 과분한 칭찬이다.
Q. 장웅 아나운서를 왜 장애인 프로그램 전문 아나운서라고 하는지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2004년 아테네장애인올림픽부터 2018년 평창동계장애인올림픽까지 그 기간에 개최된 하계와 동계 올림픽 그리고 2013년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또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등 모든 국내외 장애인스포츠 개·폐회식과 주요 경기 중계방송을 도맡았다.
2004아테네장애인올림픽, 2008베이징장애인올림픽, 2012런던장애인올림픽, 2013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2014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2016리우장애인올림픽, 2018평창동계장애인올림픽 현장에 제가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개폐회식뿐만이 아니라 장애인스포츠 전문 캐스터로 주요 경기를 중계방송하며 장애인스포츠가 비장애인스포츠와 다르지 않고, 장애인스포츠의 재미가 무엇이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해설자에게 ‘저것이 바로 장애인스포츠의 묘미 아니겠습니까?’라는 질문으로 유도를 하기도 한다.
또 ‘저 규칙은 비장애인 종목과 똑같군요.’라고 나도 모르게 설명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장애인스포츠는 중계가 장애인올림픽 경기 정도만 잡히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종목이 많다. 캐스터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않는다면 그건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중계방송을 통해 장애인스포츠를 제대로 소개해야 사람들이 장애인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장애인스포츠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다는 생각에 경기 운영방식이나 선수들에 대한 프로필 자료를 찾아보지만, 찾아지지 않아서 협회나 코칭스태프들에게 일일이 전화나 메일을 통해 자료를 부탁해서 구했다.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 장애인스포츠에 대한 정보는 이토록 제한적인 것이 가장 안타깝다.
Q. 장웅 아나운서가 기여한 곳이 어디 체육 분야만이겠는가. 장애인예술 행사에서도 장웅 아나운서를 보면 ‘아, 이 행사는 성공이다. 안심해도 되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그런데 장애인예술 행사는 장애인체육 행사처럼 장애인올림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국장애인체육대회처럼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기꺼이 사회를 맡아 주고, 주최 측이 미리 준비하지 못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실수를 재치있게 막아 주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장애인문화예술계에도 크고 작은 행사들이 많다. 초창기에는 한국장애인미술협회에서 한중일장애인미술대전, 장애인아트페어 등의 행사가 많았고,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가 설립된 이후에는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미술대전, 스페셜K, 장애인축제 등 정말 행사가 많아졌다. 적은 예산으로 행사를 치루는 만큼 그저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문화예술 행사장에 가면 장애예술인들의 전시나 공연을 감상할 수 있고 좋은 공연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좋다. 공연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행사장에 가며 나도 모르게 즐거워진다. 그래서 불러 주시면 달려가고 있다.
행사 주최 측에서 내빈 소개로 적어 준 분들 얼굴을 거의 알기 때문에 그분이 안 보이면 내가 알아서 ‘아직 도착을 못하신 듯하여 오시면 소개해 드리겠다.’고 멘트를 한다. 오래 하다 보니 생긴 노하우다.
Q. 방송에서 장애인 특집프로그램을 편성하면 MC 일순위가 장웅 아나운서이다.
2009년부터 장애이해교육 특집방송 <대한민국 1교시>의 2부 진행과 <대한민국 1교시> 방송 후기 진행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단골 MC이다. 초등학생들의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이여서 사명감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특집뿐만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문화체험 ‘옆자리를 드립니다’ 행사에 내가 진행하는 <함께하는 세상 만들기> 게스트들과 함께 참여하였는데 방송에서 느끼지 못했던 생동감이 현장에는 있어서 현장 진행을 한다고 하면 다른 스케줄을 잡지 않는다. 대학로 이음센터 야외무대에서 장애인 가수들이 인기 가수와 콜라보로 꾸민 무대는 정말 대단했다.
Q. 장웅 아나운서는 현재 KBS 1TV <사랑의 가족>도 진행 중인데, 사람들이 저분은 다른 방송은 안 하나 싶을 것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경영정보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방송과는 거리가 먼 경영 쪽 공부만 하였는데 주위에서 음성이 좋다는 칭찬을 많이 했다. 취업 준비를 하다가 1998년 BTN 아나운서로 합격을 한 것이 방송인의 첫발이다.
그 후 1999년 SBS골프채널을 거쳐 2000년 KBS에 입사하여 KBS뉴스, KBS 바둑왕전, 바른말 고운말, 굿모닝대한민국, 2TV아침 등 주로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재미없는 방송만 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아나운서는 방송을 재미보다는 의미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
<사랑의 가족>을 2018년도에 맡았는데 목요일 오후 1시에 방송되는 방송 사각지대에 편성된 비인기 프로그램이다. 외주 프로덕션에서 제작을 하기 때문에 제작 여건도 매우 열악하지만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장애인 프로그램에서 장애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잘못된 인식을 고착화시키지 않을 텐데 싶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장애인 프로그램 외에 진행하는 것은 국제라디오 재외동포를 위한 한국어 강좌이며 2TV 생생정보, 생활의 발견 더빙을 통해 시청자들과 목소리로 만나고 있다.
Q. 장웅 아나운서가 장애인들과 잘 소통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던데.
사촌 여동생이 지적장애인이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일가친척들은 장애,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가족으로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도 우리 가족들처럼 장애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 당사자나 가족들을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7년 전에 갑상선암 0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0기는 가장 초기 단계여서 완치율이 90% 이상이라지만 막상 암이라는 진단을 받자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건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요즘 흔히 말하는 출세가 덧없다는 생각이 들자 내가 아닌 주위로 시선이 돌아갔다. 내가 돌봐야 할 가정이 있기에 경제활동은 해야 하지만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혹은 인기를 얻기 위한 삶이 아니라 소통이 필요한 분들과 함께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
Q. 장웅 아나운서가 꼭 하고 싶은 일은.
아나운서로서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모든 국민이 바른말 고운말을 사용하는데 기여할 수는 있겠구나 싶었다. KBS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팀장을 지내며 한국어에 대해 연구하고 교육한 경험이 있는데 우리나라 말이 얼마나 품격이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요즘 정치인들이 막말로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데 막말은 공인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최악의 폭력이다.
그리고 틈틈이 장애인에게 상처가 되는 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연구 수준은 아니지만 방송을 통해 그리고 현장에서 장애인 분들을 만나며 체득한 장애인에게 적용되는 바른말 고운말을 정리해서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언어 운동을 펼치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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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국장애예술인협회 (klah1990@hanmail.net)
출처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10-17 09: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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