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피아니스트 이훈이 주는 감동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19.10.07 조회5,639회 댓글0건본문
▲ 피아니스트 이훈. ⓒ이훈
치명적인 조건
피아니스트 이훈은 장래가 촉망받던 피아니스트였다. 선화예술고등학교 재학 중 독일로 향하여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 Diplom-Musiklehrer과정, 뤼벡 국립음대 AKA Diplom과정 졸업 및 반주자과정을 수료하였으며, 네덜란드 Utrecht 국립예술대학 Tweede Phase과정을 졸업하였다.
또한 이탈리아 Le muse 콩쿠르, Terme AMA Calabria 콩쿠르 Diploma 수상을 하며 연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혀 나갔다.
그런데 그는 2012년 미국 신시내티대학 박사과정에서 논문을 쓰던 중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논문을 쓰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면서 무리를 한 탓이었다. 혼수상태에서 간신히 깨어 났지만 후유증으로 왼쪽 뇌의 60%가 손상되어 오른쪽 팔, 다리가 마비되고 언어장애까지 갖게 되었다.
피아니스트에게 오른쪽 팔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치명적인 조건이다. 주요 멜로디 라인을 담당하는 오른손을 쓸 수 없으며, 왼발로 페달을 밟기 위해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 리듬을 타기 힘들기 때문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피아노를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어느 날 은사인 전영혜 선생님께서 ‘왼손이라도 해 보지 않을래.’라는 말씀에 희망을 갖게 되었고 왼손 피아노 연주곡이 천 곡이 넘는다는 것을 알고 용기가 생겨 한 손으로 피아노를 다시 치기로 결심하였다.
결국 4년여의 힘겨운 재활치료를 받고 지난 2016년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피아노독주회에 왼손 피아니스트로서 대중 앞에 다시 섰다. 혼신을 다 하는 그의 연주에 관객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그의 연주를 통해 희망을 얻었다며 환자들이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에이블포토로 보기 ▲ 건강하던 때. ⓒ이훈
다시 시작
이런 의지와 노력을 알게 된 신시내티 대학에서 그에게 특별한 제안을 하였다. 이례적으로 그에게 미국에서 7번의 연주회를 마치면 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한 것이다. 포기했던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기쁨에 피아노 앞을 떠나지 않으며 연습에 몰두하였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왼손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운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결국 조건을 달성하여 지난 2017년 박사 학위(DMA)를 받았다. 박사 학위 논문 때문에 찾아온 뇌졸중인데 박사 학위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워 주었다. 그는 사회적기업 (주)툴뮤직의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정은현 대표의 알뜰한 보살핌으로 이제 그는 안정적으로 연주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이례적으로 왼손만을 위한 독주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1차 세계 대전에서 오른팔을 잃은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친구였던 비트켄슈타인을 위해 작곡한 고도프스키의 ‘Meditation and Elegy’, 오른손 부상의 아픔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며 그 고통을 승화한 스크리아빈의 아름다운 작품 ‘Prelude and Nocturne Op.9’, 마지막으로 오랜 연주 생활로 오른손이 마비된 클라라를 위해 브람스가 편곡한 작품 바흐-브람스의 ‘Chaconne BWV1004’ 등 왼손만을 위한 피아노 독주곡들을 연주하여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더욱 주목을 끈 것은 평소 피아니스트 이훈의 재기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피아니스트 김은희와 함께 모차르트 ‘Fantasia K.397’와 번스타인의 세 손을 위한 ‘Bridal Suite in Two Parts’를 연주하였기 때문이다.
Q.한 손으로 연주를 할 때, 어떤 마음으로 임하는지.
처음에는 한 손으로 피아노를 치는 것을 상상도 못했으나, 지금은 두 가지 마음으로 피아노를 치고 있습니다. 첫째는 피아노를 침으로써 뇌졸중에 있는 사람들, 나아가서 절망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고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 실질적으로 피아노를 치면 칠수록 오른손이 나아진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해 못 할 수도 있으니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왼손만 치게 될 경우와 오른손을 건반에 올리고 왼손으로 칠 경우는 확실히 다른 게, 오른팔 근육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그리고 상체가 확 펴집니다. 그래서 오른손을 건반에 두고 왼손으로 치는 겁니다.
그리고 오른쪽 페달을 밟는 것을 매일 연습하는데, 그럼으로써 오른발 근육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오른발로 페달 밟는 것을 연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래 오른발로 페달을 밟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오른발로 페달 밟는 것은 일석이조가 되는 것입니다.
Q. 은사님의 도움으로 한 손으로 피아노를 다시 치기로 결심하였다고 하였는데 어떤 지지를 해 주셨는지.
전영혜 선생님께서 ‘양손으로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왼손으로 피아노 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니 계속 피아노를 공부해라. 첫 번째 공부는 내 제자들 연주회에서 모차르트 환상곡을 네가 왼손을 치고, 내가 오른손을 치는 걸로 하자.’고 하시면서, 정말 끝도 없는 지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Q. 다시 피아노를 시작했을 때 가장 기뻐했던 사람은.
아무래도 아버지, 어머니 아니셨을까요? 어머니는 마비된 오른쪽 팔을 쓰다듬어 주시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왼손으로 연주하는 재기 연주회 때도 어머니는 계속 눈물을 닦으셨습니다.
Q. 한 손 피아노 연주를 대하는 관객들의 수준은.
관객 수준은 그야말로 최고였습니다. 경청하는 태도, 그리고 연주가 끝난 다음 환호까지도…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한국의 음악성은 세계 최고가 아닐까 합니다.
일요일 정오에 한국 KBS와 일본 NHK에서 똑같이 노래자랑 프로그램을 방영하는데, 일본 노래자랑을 보다가 한국 노래자랑을 보면 다들 가수입니다. 반대로 한국 노래자랑을 보다가 일본 노래자랑을 보면 참 노래를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정말 흥이 많습니다. 노래자랑에서 흥겨운 노래가 나오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다들 춤을 춥니다. 그정도로 유전자 속에 음악이 있습니다.
Q. 제2의 피아니스트 인생의 목표는.
한 손 피아노 연주를 통해 관객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매일 연습하고 있습니다.
# 이훈 주요 경력
선화예술학교, 선화예고 졸업
독일 Hamburg 음악대학 음악교육과 수료
독일 Lübeck 음악대학 AKA Diplom 졸업
네덜란드 Utrecht 음악대학 Tweede Phase 졸업
미국 University of Cincinnati 박사 학위 졸업(DMA)
이탈리아 Le Muse 콩쿠르 Diplom
이탈리아 AMA Calabria 콩쿠르 Diplomat 등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칼럼/한국장애예술인협회 (klah1990@hanmail.net)
출처: 에이블뉴스( 2019-10-04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