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장애인복지관 4층 푸르메홀 사전투표소에서 발달장애인들은 투표보조 지원을 받아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로부터 투표보조 조력인 지원을 거부당하지 않고 투표에 성공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안도한 표정으로 투표장을 나섰다.
공직선거법상 시각 및 신체장애로 인해 기표행위가 어려울 때만 투표보조 동반을 허용하고 있고, 발달장애인은 투표보조는 2018년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20년 지침을 삭제해 버려 신체·시각장애를 동반한 중복발달장애인이 아닌 경우 투표보조를 지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투표의 과정은 간단했다. 신분증의 제출하고 지문을 찍어 신분을 확인한 뒤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에서 투표하고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으면 끝이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당사자 박경인 씨가 장애를 밝히며 투표보조를 요청하자 신체적으로 기표를 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발달장애 이외에 다른 신체장애가 없다고 밝히자 뜬금없이 주민번호 뒷자리를 물어보았다.
박 씨가 주민번호를 말하자 선관위 관계자는 “주민번호를 외울 정도면 인지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동행한 조력인이 발달장애 특성을 설명하며 혼자서 투표하는 과정이 어렵다고 설득했고 그제야 박경인 씨는 투표보조를 받아 투표를 할 수 있었다.
투표보조과 함께 무사히 투표를 마친 박경인 씨는 “투표소 들어갈 때부터 종로구 관내, 관외라고 말을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 조력인이 설명해줄 때까지 가만히 있어야 했다. 투표지를 봉투 안에 넣는 것도, 양면테이프를 떼어 투표지를 봉인하는 것까지 투표과정이 너무 어려웠다”고 밝혔다.
시각 중복장애가 있는 문석영 씨는 박경인 씨와 달리 바로 투표보조가 허용됐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돋보기도 제공됐다.
하지만 문 씨의 투표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평소에 사용하던 돋보기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하는 그에게 선관위 관계자의 설명은 너무나 미흡했고 결국 제공된 돋보기를 사용하지 못한 채 조력인이 지역구 후보자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투표 용지의 정당을 모두 읽어줘야 했다.
문석영 씨는 “조력인이 정당을 하나하나 읽어주는데 밖에서 관계자가 조용히 설명하라고 해 당황스러웠다. 또 두 명의 조력인과 함께 들어가기에 기표소가 너무 좁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돋보기 사용을 어려워하자 점자투표용지를 제공해 주냐고 물었는데 나는 점자를 읽을 줄 모른다”면서 “시각·발달 중복장애인에 대해 고려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보조 없이 혼자 투표에 도전한 발달장애인 당사자 한국피플퍼스트 김대범 부대표는 “혼자 무사히 투표를 마칠 수 있었지만, 너무나도 긴 투표용지에 당황스러웠다”면서 “그 긴 용지에 38개 정당이 촘촘히 적혀있는데 솔직히 잘 찍고 나온 지 잘 모르겠다”며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그림투표용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22대 총선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51.7cm로 역대 최장 길이다.
'많은 취재진의 동행에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보조를 거부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에 한국피플퍼스트 김수원 활동가는 “그럴 수 있다. 이 투표소가 아닌 다른 투표소 그리고 내일과 본 투표일에는 많은 발달장애인이 투표보조를 거부당하고 차별당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오는 4월 11일까지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거부 차별 사례를 온라인(https://forms.gle/MxvtmaBNkhzHPh8h6)으로 접수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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