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잃은 장애인공단 인식개선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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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19.02.28 조회5,605회 댓글0건본문
현장의 소리 외면하는 건 더 큰 혼란 야기할 뿐
2018년 12월 6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주최한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강사비 지원 사업 설명회에 참석했었다. 설명회에서 열변을 토하는 공단 직원에게 줄기차게 질문을 퍼붓기도 했는데 결국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올해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강사 지원 위탁 수행기관을 모집하는 공고를 냈음에도 신청 기관이 없었는지 한차례 기간 연장을 한 끝에 전국 26개 기관을 선정해 2월 22일 자리를 마련해 설명회를 가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사전 설명회 때 '말도 안 된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그대로 추진될 듯하고 아울러 처음 설명회에서 호기롭게 말했던 중증 장애인 고용 확대의 취지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처음에 공단은 이 사업에 강사 1인에 최대 10강의, 1강의에 10만 원의 강사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결국 1인 100만 원의 강사 지원금을 하겠다는 거였고 여기에는 정규직으로 4대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조건을 붙였다. 그리고 절대 강사비가 아니라 위탁 수행기관의 운영비라고 강조했었다.
한데 2019년 최저 시급은 8350원이고 상용직(일 8시간, 주 40시간)의 최저 월급은 174만5150원이다. 당연 채용되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정규직은 이런 상시고용을 생각하지 않을까? 공단이 이야기한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의 취지에도 상시고용과 4대 보험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수행기관의 입장에서는 이런 고용확대에 따른 임금 부분은 공단에서 제시하는 지원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부분이다. 그래서 공단은 장애인고용장려금을 활용하라는 주문도 있었다.
사전 설명회에 이런 문제가 지적됐었다. 10만 원의 지원금이 강사 관리와 사무실 운영 등의 운영비를 차치하더라도 1인 당 총 1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으려면 수행기관은 한 달 최소 1인 당 10강의를 확보해야 한다. 강사가 10명이라면 한 달에 100강의 할 곳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문제점 지적에 공단은 "첫술에 배부르겠습니까. 여러분이 도와주셔야지요."라고 했었다. 맞다. 마음은 백번 도와주고 싶다. 누군들 그러지 않겠느냐마는 수행기관 입장에서는 수익은 고사하고 마이너스의 사업을 공익적 마음으로 수행해야 하는 게 쉽지 않다.
결국 이번 선정 기관 설명회에는 공단은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고용 강사의 50%를 중증 장애인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전체 직원의 50%를 강사로, 그것도 최소 60시간 이상만 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을 바꿨다.
이는 4대 보험 가입 요건만 지켜 정규직의 안정성을 고려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상 월급 체제의 안정적 고용을 보장하라는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무늬만 정규직이 되는 건 아닐까.
게다가 애초의 중증 장애인 고용 확대라는 취지에서 채용 강사의 50%를 중증 장애인으로 보장하라고 했던 내용이 무색하게 이제는 중증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관계없이 전체 직원 중에 공단에서 발급한 강사 자격을 취득한 강사가 50%만 되면 모두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공단은 분명히 사업의 취지를 중증 장애인 고용 확대에 기여하는 차원의 지원 사업이라 했다.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에 휘청 거리자 아예 방향을 잃어버린 꼴이 된 것이다.
여기에 정작 중요한 문제는 공단에서 수행기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추진하는지 모르겠으나 전국 2만2500여 개의 사업체를 포함한 60만 개의 사업장에 '무료 교육'이라는 공문을 보내려 한다는 것이다.
2019년 2월 기준, 현재 등록 강사 수는 864명, 등록교육기관 수는 264개다. 반면 공단에서 위탁교육기관을 전국 26개 소를 지정하여 전국 사업장에 무료교육을 홍보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는 무리수다.
지정 위탁과 등록기관의 구분을 어떤 식으로 할지는 모르겠지만 무료교육이라는 홍보를 받은 업체들이 교육을 요청하는 경우 공단에서 강사비 지원을 받는 26개 위탁 기관에서 모두 수용이 가능할까? 턱도 없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등록기관으로 의뢰하는 경우 상이한 교육비로 인해 혼란이 야기될 건 뻔하지 않은가.
또한 위탁 기관이 아닌 등록기관에서 강의비를 무료로 하려면 줄곧 지적되는 것처럼 홍보를 껴서 교육을 조절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는 결국 공단이 지정한 등록기관 역시 형편없다는 인식을 초래할지 모르는 일이다. 거듭거듭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일이며 현실적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하는 이유다.
무료 공문이 뿌려지면 전국의 60만 개의 업체에서는 과연 수행기관에만 교육을 의뢰할까? 현재에도 무료교육을 광고하면서 1시간 강의에 60%를 홍보 시간으로 채우며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공단에서 공식적으로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이 무료라고 공문을 뿌리면 제대로 교육이 진행되지 않을 건 불 보듯 뻔하다.
현재 등록기관 사정에 따라 교육비는 알아서 책정하여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적절하다. 작년 외국계 회사나 공공기관에 교육을 나가보면 "형식적으로 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교육을 듣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하는 기업들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인식의 변화를 키워나가야 할 공단에서 자체적으로 질 낮은 교육으로 만들려는 이유가 납득이 안된다.
위탁 수행기관을 선정해 쥐꼬리만큼 지원을 하는 건 말리지 않겠지만 강사의 경력이나 역량에 맞게 자체적으로 강사비를 책정하여 이미 자리를 잡아가는 등록기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지양되어야 한다. 아니 취소되어야 한다.
이미 자체적으로 강사비를 책정해서 운영하고 있는 등록기관에도 활동하는 강사들 중에는 중증 장애인도 많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중증 장애인이다. 공단의 입맛에 맞춘 정책으로 이미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중증 장애인의 일자리가 축소되는 일은 되지 않았으면 한다.
공단은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이 무료교육이라는 얼토당토않지 않은 공문 발송을 멈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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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정민권 (djanmode@naver.com)
출처: 에이블뉴스(2019-0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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