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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 또 다른 장애차별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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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18.09.28 조회5,4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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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관련 혜택에 있어서만큼은 없앴으면 이솝우화 중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에서 여우는 목이 긴 병에 담긴 음식을 먹지 못했고, 두루미는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지 못했다. 신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제공된 맛있는 음식이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각자가 처한 상황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제공되는 혜택은 오히려 더 큰 불편함과 실망감을 주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장애관련 복지정책들에서도 흔히 이런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얼핏 보기에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충분한 것으로 보이고 마치 복지 선진국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한 발만 더 들어가 생각해보면 오히려 장애차별적인 요소가 녹아 있는 경우가 많다. 공연관람료 할인도 그렇다. 나는 시각에 제약이 있다 보니 눈으로 보는 것 보다 귀로 듣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어딘가 여행을 다니고 무언가를 구경하고 하는 것보다는 책을 듣고, 콘서트나 뮤지컬 등의 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여가를 즐기곤 한다. 특히 콘서트나 뮤지컬 관람은 30%~50%까지 관람료를 할인해 주는 경우가 많아 비싼 공연도 부담을 덜 느끼며 볼 수 있어 자주 공연장을 찾곤 한다. 처음에는 어떤 공연이 예매율이 높은지, 또 어떤 가수나 배우가 인기가 있는지 이런 것들을 잘 몰라서 할인이 된다는 것만 가지고도 마냥 즐거웠다. 의외로 복지 혜택이 잘 되어있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런데 조금씩 공연을 본 횟수가 늘어가며 어떤 공연이 유명한 공연인지와 어떤 사람들이 티켓파워가 높은 사람인지 이런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인기 공연들을 찾아서 보기 시작했다. 근래에 매우 유명한 배우들이 공연하는 뮤지컬이 무대에 올려 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예매사이트에 접속했다. 무대에 올려 질 때마다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는 작품인데다 내로라하는 출연진이 캐스팅되어 모든 회차의 전좌석이 매진된 상태였다. 내가 공연 소식을 늦게 들었기에 2차 티켓이 오픈되면 예매하고 조금 늦게 관람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2차 티켓이 언제 오픈되는지 확인해 보려고 검색을 해 보았다. 그런데 1차 티켓 오픈 시 2분 만에 전좌석이 매진되었다는 기사를 볼 수 있었다. 그 추세대로라면 2차 티켓이 오픈 되도 결국 나처럼 티켓 예매까지 10분 이상이 걸리는 사람들은 아무리 애를 써도 표를 구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난해 일이 떠올랐다. 수 년 만에 응원하는 야구구단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경기장을 찾고 싶어 예매 시작시간에 맞춰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예매가 시작되고 최대한 서둘러 보았지만 눈으로 보면서 프로게이머처럼 신속하게 클릭하고 결제하는 이들을 따라잡을 순 없었다. 결국 가을야구는 텔레비전을 통해 즐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인터넷 예매가 가능한 경우는 나은 편이다. 어떤 공연들은 복지할인을 받으려면 반드시 전화예매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인건비가 비싼 세상이니 전화 상담원을 많이 고용할 리가 없다. 전화예매를 하려면 한참동안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고 연결이 되어도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히기 일쑤다. 전화로 예매를 하다보면 바로 결제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카드번호나 유효기간 등을 불러주어야 하는데 시각장애인에게는 이것도 쉽지가 않다. 비단 공연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요즘은 새로운 IT기기들도 한정수량만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또, 특별한 할인가격으로 판매하는 제품들도 제한된 수량만을 선착순으로 판매한다. 이 역시 시각장애인에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명절 기차표 예매와 관련하여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고려한 예매방법들이 시행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실 시각장애인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선착순이라는 방식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이들은 많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목이 긴 병을 앞에 두고 앉은 여우나 접시에 담긴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앉은 두루미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기획사나 여러 이해관계자들은 할인제도 등 복지혜택을 시행하는 것만으로 자신들의 손해를 감수해 가면서까지 우리 장애인들을 배려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인기 있는 공연이나 제품과 서비스 등이 선착순으로 제공 될 때 그 서비스를 선점하는 것이 불가능한 장애인들이 상당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혜택을 만들어 놓았다 하더라도 그 제공방식이 혜택에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되어 있다면 이 또한 장애차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일하던 복지관에서는 10년 전쯤 프로그램 참여자 선발 방식에서 선착순을 모두 없애버렸다. 선착순제도는 민원발생을 줄이고 프로그램에서 장애인을 탈락시키기 위한 무사안일주의의 산물이며 복지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 대신 손이나 발이 빠른 사람들에게만 집중시키는 비효율 적인 방법이라는 맥락에서 선발기준에서 선착순을 모두 제외하였다. 경우가 조금은 다를 수 있지만 복지혜택을 누리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그 기준에 선착순과 같은 방식이 포함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애인과 관련된 혜택에 있어서만큼은 선착순은 또 다른 장애차별일 수 있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조봉래 (jhobong@nate.com) 출처: 에이블뉴스(2018-0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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