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스펙이 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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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18.08.02 조회5,301회 댓글0건본문
‘태어나서 가장 많이 참고, 배우며 해내고 있는데,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걸까?’한 제약회사의 광고문구가 대한민국에서 엄마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아준다.
남성들이 느끼지 못한 억압과 차별의 굴레에서 희생당하던 여성들의 아픔들을 보듬어주기도 한다. 동시에 엄마라는 경력도 스펙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신선한 생각을 암묵적으로 사회에 던지며 성(性) 차별적 문화를 청산할 것을 주문한다.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아무리 멈춰도 보이지 않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닥쳐보지 않은 상황을 짐작하는 건 폭력의 또 다른 모습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안들에서 타협이 가능한 이유다. 진실은 가상화되어 머릿속 상(想)으로만 존재할 뿐이기에 현실은 적절한 선에서 해결책을 도출하고, 본질에는 소극적이다. 그러니 올바른 해답이 나올 리 만무하다.
개인적으로 군 가산점 제도에 찬성한다. 분단된 국가를 만든 건 국민의 책임이 아니다. 통일된 한반도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못한 선조들의 탓이요, 대화의 기회를 허공으로 날려 보냈던 정치의 과오다.
하나 나라의 운영 주체인 정부는 관행처럼 켜켜이 쌓여온 전쟁의 위협을 청년들의 청춘에 내맡긴다.
삶의 방향을 잡고, 강한 추진력으로 미래를 향한 유랑을 준비할 시기의 청년들을 일정기간 군에 유리시켜 놓는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한 미안함은 적어도 취업시 군 가산점이란 제도를 통해 상쇄될 수 있다.
같은 측면에서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세계의 탄생이 꺾어버린 여성들의 꿈들이 다시 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가족이나 이웃에게 품는 연민의 감정보다 깊을 수밖에 없는 게 잉태되고, 세상에 태어난 아기에게 품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모질지 않아 보이는 행동이나 대수롭지 않게 뱉은 말에도 상처받을 개연성이 높은, 아주 연약한 고리이기도 하다.
재취업 시장에서 아이와 관련된 질문으로 둔갑한 차별에도 쉬이 경력단절로 돌아가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주어질 촘촘한 사회적 혜택을 반대해선 안 된다.
공산주의와 대비해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하는 자세다.
일상에서 사람들은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인 같은 구조의 외모를 지닌 이들임에도 부자와 빈자,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등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
같은 일을 해도 신분에 따라 지급되는 수당도 다르다. 아이러니하게도 차별적인 요소들은 경제성장의 견인차였다.
문제는 이러한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시장이 있다는 사실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나라고 기도하는 전통적 국민성은 특혜에 대한 반발을 야기한다.
군 가산점 제도에 여성들이 반대하고, 경력단절 여성을 따로 뽑는 정책에 남성들이 차별이라고 맞서는 게 좋은 예다.
사실 두 정책은 다른 정책이고, 각각을 떼어놓고 보면 그리 차별적이지도 않은데 말이다. 엄밀히 보면 이건 ‘특혜’가 아니라 시장을 공정하게 세분화한 거다.
장애인 의무고용을 제도화하고, 중증장애인끼리 경쟁시켜 채용하는 한 것도 마찬가지다. 소외된 이들을 위해 시장을 개방하되 특채가 아닌 그들끼리 경쟁시키는 구조는 공정성을 고려한 조치였다.
또한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정원의 일부를 장애인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장애인 정책을 다루는 기관이 장애인 고용의 모범이 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얼마 전 한 외국계 기업의 인사과에서 일하는 지인을 만났다. 그는 “지원서에 장애가 있다고 표시하면 지원서를 읽어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장애 표시가 장애를 차별하는데 쓰이고 있음을 그는 증언했다.
공공기관 장애인 경쟁채용을 민간기업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함을 느끼게 된 계기였다. 장애라는 것도 스펙이 될 수 있는 사회를 보고 싶다. 장애인들은 그만큼 많이 참고, 배우고, 해내는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칼럼니스트 심지용 칼럼니스트 심지용블로그 (yololongyong@hanmail.net)
출처 : 에이블뉴스( 2018-07-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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