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자립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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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16.07.25 조회5,489회 댓글0건본문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의 자립은 주로 지속적인 직업 활동 가능 여부에 달려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고, 장애인복지정책의 핵심적인 목표도 경제적 자립에 지나치게 치중되어왔다.
즉, 한국사회에서의 장애인의 자립은 장애인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일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먹고 사는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성과와 능력을 중심으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것을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자본주의의 구조에서 발전한 장애인복지정책과 제도들은 한국의 장애인들을 외형적으로 거주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끌어내기도 하였고, 가정에서 지역사회로 나오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특수교육과 통합교육 등을 통해 비장애인과 같은 정규과정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역할을 하였다.
이에 따라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복귀하는 경우가 과거 어느 때보다 빈번해지고 있다.
그러나 보다 깊숙이 장애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성과 중심의 능력 평가가 이루어지는 현재의 한국적 상황은 장애인으로 하여금 실제적인 개인의 능력과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며 비장애인과 가까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들이는 몇 배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장애로 인하여 오는 ‘느림’, 체력과 건강의 한계, 물리적‧사회적‧제도적인 환경의 제약으로 인한 근본적인 장벽들에 대해 개인의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평가받게 하였다.
그 결과 여전히 장애인은 도움을 받아야만 하고, 스스로의 힘으로는 자립해서 사회에 참여하거나 복귀할 수 없는 사람으로 이해되고 있다.
과거 농경 시대나 가내수공업과 같은 소규모 산업에 기초했을 때는 그나마 장애 유형에 상관없이 일정 부분에서 역할을 맡아 장애인도 생산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산업사회가 되면서 장애는 노동력과 연관되어 평가되었고, 생산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은 물론이고, 노동을 해야 하는 가족들의 부양에 대한 부담 등의 이유들로 시설로 격리되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장애인 중에서도 사회가 규정한 자립의 범주와 수준에 들어갈 수 없는 가장 열등한 존재로 낙인 찍혔고, 이로 인해 현실 사회에서 장애인은 주류에서 탈락되기 일쑤였다. 이는 동시에 고스란히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다시 귀결되며 장애인은 또 다시 자립과는 거리가 먼 소외와 종속적 의존의 삶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자립의 수준을 경제적 조건으로 측정하는 경향이 지배적인 우리사회에서 직업 활동을 통해 소득을 얻지 못하는 장애인들은 인간으로서의 권리조차도 부여받을 수 없는 ‘자립되지 못한 무능력한 존재’로 전락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종종 장애인들은 ‘없는 존재와 같이 취급’되고, 무시 받았으며 심지어 학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된 ‘청주 축사 노예 사건’과 같이 잊어버릴 만하면 터지는 장애인 학대와 인권 유린 등의 문제들을 아직도 우리는 엄연한 현실로 접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의 자립은 정말 불가능할까? 무엇이, 어떤 상태가 장애인의 자립일까? 가령 집에서 누워있어야만 하는 장애인의 ‘지금-여기’에서의 삶은 자립생활이 아닌가, 활동보조나 가족의 도움을 활용해 일정 부분 일상생활이나 사회에서 역할을 하는 것은 자립으로 볼 수 없는지 등과 같은 장애인의 자립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금 제기해야 할 때가 되었다.
장애인에게 진정한 자립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벽이나 환경, 신체적 한계를 ‘정상에 가깝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사, 친구 관계, 사회적 네트워크를 선택함으로써 풍부한 상호의존성을 향유하는 ‘정신의 자립’에 기초한 ‘당당한 사회로의 귀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자기 삶의 통제권을 갖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스스로 만족하며 행복감을 누리면서 살아간다면 그게 바로 자립인 것이다. 장애인복지가 좋아졌다고? 제도와 정책이 발전했다고? 장애인이 원하는 자립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성찰도 없는 대한민국이다. 갈 길이 정말 멀다.
출처: 에이블뉴스(20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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