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챠녀 열한번째이야기 “돈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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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22.07.19 조회3,715회 댓글0건본문
마지막 사진의 블라우스를 12,900원 주고 샀는데, 애들이 신데렐라 같다고. 애들이 그렇게 말해서 나한테는 안 어울리나 싶어 좌절했어요.
셀카에서 입은 옷은 모두 2만원 미만의 옷입니다. 저의 경제 관념을 먼저 약간 알려드리고 글을 시작할게요.나는 결혼 전에는 제대로 된 가계부를 쓰지는 않았다. 그때는 수입이 일정하지도 않았고, 빚이 감당 안될 정도로 쓴 적은 없지만, 늘 매달 카드값을 딱 맞춰 내는 정도로만 돈 계산을 했었다. 한번도 빚을 지며 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저축을 하며 살지도 않았다.
돈이 2-300만원 모이기만 하면 여행가기 바빴고, 잔고가 100만원 이상 있어본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저축을 하고 돈을 모으는 관점에서 보면, 나도 경제 관념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래도 나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빚을 될 수 있으면 지지 말고 살고, 갚을 것이 있으면 칼같이 갚으라는 등의 경제적인 가르침이 있었고, 과소비하거나 필요없는 곳에 돈을 쓰지 않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제 관념은 확고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경제 관념이 완전 제로여서 동전을 쓰레기통에 버리지를 않나, 카드 빚까지도 있는 남편과 연애를 하게 되었다. 그런 남편을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되고, 만약 나까지 경제 관념이 없어서는 제대로 된 가정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남편과 결혼을 한 2010년부터 가계부를 엑셀로 정리해서 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꼼꼼하게 쓰고 있다.
결혼 전부터 있던 남편의 카드 빛, 보험 대출 빚 등을 갚아 나가면서 조금씩이라도 저축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행운이 따라서 결혼 후, 내가 공무원 임용이 되고 나니 나도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기 시작했고, 태어날 아이를 위해 적금도 들고, 내 월급의 꽤 많은 부분을 저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첫째가 태어나고 난 뒤, 모아놓은 돈을 참 많이 쓰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연달아 연년생으로 둘째까지 태어나자 돈을 많이 모은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그래도 나름대로 조금씩이라도 모으고 또 모았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 그렇겠지만, 아이들한테 필요하거나 먹을 것은 크게 아끼지 않지만, 내가 쓰는 것은 아끼고 또 아끼는 그런 엄마가 나도 되었다.
나는 원래도 옷이나 화장품, 가방, 악세사리, 신발 등에 관심이 없는 성격이어서, 그런 부분에 솔직히 큰 돈을 들여 본 적이 없다. 내가 쓰는 스킨과 로션은 각각 만원 미만이고, 주름 크림 만원, 선크림은 번들거리지 않는다고 해서 좀 비싼(?) 2만 2천원 짜리를 쓴다. 내가 입은 옷들도 다 1~2만원 대의 옷이기 때문에 온 몸의 옷을 다 합쳐봐도 10만원을 잘 넘지 않는다. 미용실은 일년에 딱 1~2번 정도 밖에 안가는데, 5만원 이상 비용이 드는 미용실은 거의 가지 않는다.
이러니 나는 명품을 사는 것을 이해도 잘 못하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여자들이 아기라고 부를 정도로 아끼는 가방은 솔직히 나는 필요가 없다. 휠체어 뒤에 매는 싸구려지만 편리한 백팩 하나면 그만이다.
귀걸이나 목걸이, 팔찌 같은 것은 처녀 시절엔 좋아는 했지만, 모두 싸구려 이미테이션만 했었고, 결혼 후에는 거추장스러워서 이제는 잘 하지도 않는다. 지금도 결혼 예물 말고는 모두 이미테이션 악세사리만 가지고 있다.신발은 정말 말할 것도 없다. 한 2만원 대로 하나를 사면 10년 정도 신는 건 기본이다.
걷지 않고 휠체어 위에서만 발을 올려놓고 신고 있으니 남들보다 오래 신을 수 있다. 10년씩 신다 보니 삭아서 떨어지는 경우만 있을 정도다.
얼마 전 아OOO, 나OO 상설 매장에서 내 생애 첫 10만원 여름 운동화를 샀다! 힘없는 발에 신기가 너무 편해서였다. ㅋㅋㅋ 이건 20년 신을지도~
내가 가지고 있는 지갑은 더블O인데, 예전 그때 당시 3만원 정도 주고 사서 15년째 쓰고 있다. 그걸 아는 친구가 아직도 그 지갑을 쓰냐고 놀랄 정도였다.이렇게 아낀 돈으로 나는 그래도 아이들과 남편이 함께 먹는 음식은 좀 비싼 걸 사는 편이다. 가족 모두 양이 적고 입이 짧아서 많이 사지 않아도 되니 큰 돈이 들지는 않는다. 어쨌든 먹는 것에는 돈을 쓰고, 가족 여행을 가는 데 돈을 쓰는 것도 별로 아깝지가 않다. 여행이 우리 가족에게 주는 의미가 아주 크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나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이든 배우는 것이다. 나에게 가치가 있는 배움에 관해서는 투자를 한다는 생각이므로 아깝지 않은 것 같다. 그 외에도 나에게 의미와 가치가 있는 소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는 돈이다.
부모님과 가족을 위해 꼭 써야 하는 비용이 있다면, 돈이라는 물질적 가치보다 훨씬 더 기쁘고 행복한 가치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로하신 부모님의 집을 해드리는데 보태는 돈, 부모님 여행을 보내드리는 돈 등은 할 수만 있으면 다 해드리고 싶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것은 모두 다를 것이다. 개중에는 남들이 보기에 전혀 가치가 없어 보이는 것에 본인만의 의미와 가치를 두고 있을 수도 있다. 각자가 가진 그것이 하찮아 보여서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물질 만능주의로 뭐든 값비싼 것 혹은 돈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부의 가치를 명품으로 인정하고 더 빛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가치를 두는 게 다르기 때문에 명품을 가지는 것을 뭐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주변에 인격적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스스로 가지지 못하고, 자신이 가진 부를 자랑하기 급급한 사람을 보게 되었다. 어찌나 천박한 부자인 것 같은지 모른다. 도덕적인 인성과 인품을 가진 부자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내가 돈 1~2만원에 쪼잔하게 쓰는 인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는 가치가 크지 않은 것에는 1~2만원에 벌벌 떨며 쓰지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2~30만원도 쓰는 사람이다.
물론 나도 사람이다 보니, 돈을 피치 못하게 아니면 멍청하게 허투루 쓴 적도 분명히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허영에 가득차서 썼거나, 이성적으로 봤을 때 정말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는 것은 거의 없다고 어느 정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더 가치있는 것을 위해, 더 의미있는 것을 위해 돈을 쓸 수 있다면, 이 세상에서 훨씬 더 멋지고 행복한 삶을 살지 않을까 싶다. 긍정적인 돈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어서 돈의 노예가 아닌, 돈의 훌륭한 주인이 많아진다면, 더 멋진 세상이 될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가 감히 누구에게 돈을 어디에 써라 마라 할 수 없지요. 하지만 어차피 한정적인 돈이라면, 자신에게 제일 가치있는 곳에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글을 씁니다.
자신에게 가치있는 곳은 정말 존중합니다.
돈이 돈이 아닌 요즘이지만, 그래도 우리 돈의 주인이 되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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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박혜정 (2web@naver.com)
출처 에이블뉴(2022-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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