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쟁은 장애인 자립생활의 운동이냐? 서비스이냐? 에 대한 논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장애인 자립생활이 국내에 도입될 때부터 이 문제는 치열한 논쟁거리이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자립생활 연합 조직이 두 개로 나눠진 것도 이 논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논쟁은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기에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제도, 예산도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중증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섬세하고 고도화된 지원과 서비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섬세하고 고도화된 지원과 서비스는 특히 탈시설 장애인과 중증(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에 있어서 더욱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장애인의 탈시설에 큰 영향을 준 옴스테드 판결 이후, 탈시설한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섬세하고 고도화된 지원을 받지 못해 집에서 갇혀 있는 경우들이 많았다. 이후에, 발달장애가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한 삶을 지원하기 위해 섬세하고 고도화된 지원과 서비스를 위해 수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였다.
최근 우리나라 장애계를 관통하는 이슈가 탈시설이라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거주시설 장애인 10명 중 8명은 발달장애인이다. 그렇다면 탈시설은 발달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선호대로 지역사회에서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장애인복지관들이 수년전부터 사람중심계획이나 개인별 지원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현실은 어떠한가? 장애인복지법 54조에 법적 근거는 있지만,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 들어가는 것도 사정사정해야 들어갈 수 있는 판국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탈시설한 중증 발달장에인에게 섬세하고 고도화된 지원과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을까?
이 글을 시작하면서 던진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탈시설과 발달장애인의 존엄한 삶을 위한 지원이 이슈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장애인 자립생활이 운동인가? 서비스인가?
이에 대한 정답은 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한 삶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섬세하고 고도화된 지원과 서비스를 하는 것이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권익옹호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그리고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법적 지위는 이러한 장애인자립생활 운동의 초석이 될 것이다.
*이 글은 한국자립생활연구소 안형진 부소장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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