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없어도 서비스 받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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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14.03.17 조회5,485회 댓글0건본문
장애등급제의 단점 중 하나는 장애인의 개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여러 장애인들을 한 등급으로 모아 획일적이며 일률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각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개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등급제 폐지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러한 차원에서 등급제가 없는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은 4가지의 적격성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재활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이 4가지 기준에 모두 충족해야 한다. 4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신청인은 반드시 신체적 혹은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둘째, 신청인의 장애는 직업을 찾거나 유지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쳐야 한다.
셋째, 신청인은 직업을 찾으려는 의지를 갖고 주정부 재활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필요로 해야 한다.
넷째, 신청인은 직업을 찾거나 유지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전 칼럼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기준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알아보았다. 본 칼럼에서는 셋째와 넷째 기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셋째 기준을 보면 신청인은 직업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주정부 재활기관에서 제공하는 재활서비스를 필요로 해야 한다.
재활기관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재활서비스를 당연히 요구할 것 같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상담을 해보면 직업 찾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단순히 무료 서비스를 받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대학 등록금 지원에만 관심이 있는 경우가 그러하다.
이러한 경우, 주정부 재활기관에서 등록금 지원을 하기보다는 신청인이 다니는 학교나 종교 단체에 장학금을 신청하도록 한다.
그리고 굳이 주정부 재활기관이 아니고 다른 시민단체나 기관으로부터 신청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부적합하다고 결정한다.
예를 들어, 직업목표가 쇼핑몰에서 일하는 계산원이고 계산원이 되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장이 필요한 경우, 고등학교 졸업을 위한 검정고시는 종교단체나 시민단체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주정부 재활 기관의 서비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아무튼 직업을 구하려는 목표가 없거나 타 기관을 통해서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경우라면 장애가 있더라도 부적격으로 판정한다.
주정부 재활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에 대해서는 이후에 보다 상세하게 소개하려고 한다.
끝으로, 신청인은 직업을 찾거나 유지할 수 있는 신체적 혹은 정신적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장애가 너무 심해서 직업 활동에 참여가 어렵다면 재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장애가 최중증인 경우나 현실적으로 고용활동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경우에는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는 자립센터를 통한 자립생활 서비스나 장애인 연금을 신청하도록 유도한다.
미국에서는 직업의 중요성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예외적으로 장애가 매우 심하여 직업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 적절한 관련 서비스를 연계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맡은 사례 중 독립적으로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을 자립생활센터로 연결해 준 적이 있다. 당장 직업 활동보다는 자립생활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그러한 결정을 하였는데, 해당 장애인은 매우 만족하기도 했다.
마지막 기준과 관련해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과연 장애인이 장애가 매우 중하더라도 직업을 찾고 유지할 수 있는지 없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는가? 그리고 장애가 중하다하여 과연 누가 그 사람의 능력을 무시할 수 있는가?
미국에서는 이러한 윤리적인 문제를 최소한 줄이고 장애인의 능력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있다.
사실 어느 누구도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여자거나 남자거나,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장애가 심하거나 가벼운 것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의 능력을 가볍게 볼 수 없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당신은 장애가 심하니 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는 비록 장애가 심하여 고용활동을 하기가 어려워 보이더라도 장애인이 일을 하기를 원한다면 시험삼아 재활서비스를 제공하여 성과를 본 후 최종 적격성을 결정하도록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의 능력을 최대한 보장하며,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역시 보호하려는 방법 중 하나이다.
당연히 본인의 장애를 고려하지 않고 비현실적인 직업목표를 주장하는 경우, 예를 들어 전맹 장애인이 운전기사가 되려고 한다면 사례를 맡은 재활상담사는 우선적으로 상담을 통해 직업목표를 수정하도록 해야 한다. 비록 무인자동차가 나온다고는 하나 아직은 현실화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라면 적절한 재활상담을 통해 장애인에게 맞는 직업목표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번의 칼럼을 통해 미국에서 등급제 없이 어떻게 장애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등급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미국에서는 장애를 의료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장애의 특성, 재활목표 등의 여러 요소들을 고려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등급제 폐지가 우리에게는 아직 낯설고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는 있으나 차근차근 준비하고 우리 상황에 맞게 적용한다면 순조롭게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장애를 의학적인 잣대로 재는 의료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환경을 고려하여 개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러다임으로의 변환이 요구되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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