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음식문화에 나타난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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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22.05.11 조회4,214회 댓글0건본문
내가 모시던 이사장님 한 분이 와인의 전문가셨다. 직원들과 회식을 하면서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하곤 하셨다. 나는 술과 친하지 않아 와인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와인에 대한 대화에서 그냥 듣기만 하는 수동적 자세가 싫어서 나는 와인에 대한 서적을 몽땅 사다가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책 중의 한권이 인문학으로 해석한 서양음식에 관한 책이었다.
이수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이 쓴 ‘인문학으로 맛보다. 와인 치즈 빵’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나는 음식보다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관심이 갔다.
이 책 속의 장애인의 이야기를 해석해 보고자 한다. 한국의 대표적 음식이 김치, 간장, 된장(간장과 된장은 고구려 벽화에 나타남)인 발효식품이라면, 서양의 대표적 음식이 와인, 치즈, 빵이라면 이 또한 발효식품이다.
문학의 원형인 그리스 신화는 구전문학이었다. 이 구전문학을 전파하고 발전시킨 것은 시각장애인들이다. 한국에서 시각장애인들은 불교가 전파되자 독경을 외워서 성직자가 되었다. 시각장애인이 맹승들이 되는 것에는 여러 가지 강점이 있다. 적합직종이라는 것과 기구한 자가 운명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점, 그리고 자비를 내세우는 것이 장애인에게 당당하게 직업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 눈을 보지 않는 대신 영적 세계를 볼 것이라는 믿음으로 신통력이 공감대를 만든다는 점이다. 조선 초기 명통사는 맹승 교육사찰로 발전한다.
그리스 로마시대의 잦은 전쟁으로 남자들은 군대에 가야 했고, 남은 아낙들과 어린이들에게 불안감을 해결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시각장애인들은 구전문학과 전설을 섞어 이야기하기도 하고, 승리한 영웅담을 들려주기도 하면서 위로를 해주었는데, 이것이 발전하여 구전문학이 되고 역사가가 된다. 그리고 원형극장에서 판소리처럼 이벤트로 이런 이야기를 공연으로 전하면서 집단상담이 되고, 앞으로도 이길 운명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예언가가 된다. 이런 역할을 시각장애인들이 했으며, 시각장애 음유시인들을 통칭하여 호머(호메르스)라고 불렀다.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지식을 찾아 세계 일주 여행에 가산을 탕진하였고, 원형극장에서 무대장치 등 기획을 업으로 삼은 적도 있다. 데모크리토스는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떤 원자들이 어떤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가가 물질을 결정한다고 하였다. 그는 유물론자로서 이런 철학에 집중하기 위해 보는 것은 방해가 된다면서 스스로 눈을 찔러 맹인이 되었다. 화학에서 원자(아토마)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밀턴은 색맹이었다고 한다.
호머가 실존 인물인지, ‘오디세이’와 ‘일리어드’의 작가가 맞는지 논란이 있는데, ‘오디세이’ 8권에 나오는 시각장애 음유시인 데모도코스가 실재 인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시각장애인들이 직업적으로 음유시인으로 많이 활동했다는 점과 그런 사람들은 호메르스라고 불렀다는 사실에서 문학의 원조가 시각장애인이라 할 수 있다. 함수와 방정식, 미적분을 정립한 레온하르트 오일러, 기하학자 베르나르 모랑, 위상수학자 레프 폰트랴긴 등도 시각장애인이었으니 시각장애인이 문학과 수학에 큰 역할을 한 셈이다.
트로이 전쟁 이야기를 담은 것이 ‘일리어드’이고, 전쟁 후 10년 동안 방황하며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오디세이’이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장애인은 태어나면 버려졌는데, 좋지 않은 운명을 타고난 사람도 버렸다. 그런 운명을 점쳐주는 자가 시각장애인이다. 버림에서 살아남아 특별한 재능을 인정받은 자가 누군가를 버리도록 역할을 한 것이다.
신화에서 신은 특정 영역의 권리를 가진 자이고, 인간은 노동을 하여 생산을 하는 역할을 한다. 신 중에서도 장애인은 노동을 하는 기술을 가진 자이다. 세상은 공평해야 한다며 제우스가 가장 아름다운 아프로디테에게 맺어준 남편은 가장 추남이었으며, 지체장애인 대장장이다. 번개나 무기 등 전쟁에 필요한 기술을 만드는 신들은 장애를 가진 괴물로 표현된다.
도둑으로부터 양떼를 지키는 알렉산드로스(파리스)도 왕자였으나, 나쁜 운명이 점쳐져서 버려져 양치기에 의해 자란다. 최고의 미남인 그는 파리스 심판관이 된다. 불화와 질투의 화신 에리스가 자신은 초대받지 못한 것에 질투를 하여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미녀 여신의 모임에 황금사과를 던진다. ‘가장 아름다운 이의 것’이라고 적혀 있어 서로 자신의 것이라는 다툼이 일자, 파리스 목동에게 심판을 맡긴다. 객관적인 삼자이자 미남이란 점이 심판관의 운명을 갖게 하였다.
여신들은 권력과 명예, 미인계로 회유하게 되는데, 유부남인 그는 아프로디테의 교태와 미남에 걸맞는 미녀를 소개해 준다는 말에 편파적 판결을 내리고 만다. 바람둥이 아프로디테는 이웃 나라 왕비 헬레네를 연결시켜 주고 약속을 지켰다고 발뺌을 한다. 파리스는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것이 운명이다. 당시 사람들에게 운명론으로 처지에 만족하도록 하는 것이 정치였다. 왕비를 빼앗긴 그리스는 빼앗긴 것인지, 왕비가 미남에 빠진 것인지는 이야기마다 다르다. 그리스 장군 아킬레스는 불사신인데, 어머니가 스틱스강에 몸을 담궈 불사신으로 만들었다. 물에 넣을 때 발뒤꿈치를 잡고 넣어서 발목만 취약점이 되었다고 한다. 파리스는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고 멀리서 화살이나 쏘는 일만 했다고 한다. 그 역시 독화살을 맞아 죽는다.
오디세이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가는 중 키클롭스의 동굴에 가게 된다. 키클롭스는 식인 거인으로 둥근 눈 하나만 가진 자들이다. 신이지만 장애를 가져서 인간과의 중간인 기술직으로 일한다. 키클롭스의 가장 힘이 센 폴리페모스가 양치기인데, 오디세이 부하들을 잡아먹자 오디세이가 와인을 먹이고 잠든 사이에 눈을 막대기로 찔러 실명하게 만든다. 동굴은 분리된 공간이고, 지하세계다.
폴리페모스를 죽이지 않은 것은 그가 큰 바위로 동굴 입구를 막아 두어 그의 힘이 있어야 굴을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눈이 보이지 않자 바위를 조금만 이동시켜 작은 틈새로 양들을 일일이 만지며 확인하면서 내보내는데, 오디세이는 양의 배에 바짝 붙어서 탈출하게 된다.
배에 올라 오디세이가 폴리페모스를 놀리자 화가 나서 바위를 들어 던졌는데, 오디세이를 맞히지는 못했다. 눈을 보지 못하자 양들을 일일이 만져서 들로 내보낸 것이고, 많은 양젖을 보관하기 위해 치즈를 만들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여기서 장애인 이미지는 어리석음과 괴물 이미지다. 치즈는 자연발생적이었고 인간이 발견한 것인데, 신화 특성상 장애를 가진 신이 제조를 담당했을 것 같다. 목동이 사랑에 빠져 우유를 방치해서 고르곤졸라 치즈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나 달을 치즈 덩어리라고 여겼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샴페인은 샹파뉴 지방에서 따온 말로 피에르 페리뇽이라는 시각장애 수도사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한다. 당도가 높은 포도가 발효를 하다가 날씨가 추우면 중단되는데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시 발효를 시작한다. 미리 병에 담아 둔 포도주는 거품이 생겨 병이 터지자, 다들 불량품으로 버렸으나, 페리뇽이 병의 거품이 생긴 포도주를 먹으며 ‘은하수를 마시는 것 같다’고 하여 제품화를 했다고 한다. 이미 샴페인은 다른 지방에서도 만들어졌으나, 코르크를 사용한다거나 병을 단단한 것으로 만든다거나, 찌꺼기를 제거하는 등 기술을 보탠 것은 사실이고, 이를 광고로 만들어 성공한 것이 동 페리뇽 LVMH(루이비통)이다.
성직자가 되기 전부터 장애인은 아니었고, 장애인은 성직자로 뽑지를 않았을 것이다. 재정을 담당하다가 장애인이 되어 술 창고 담당이 되었는지, 창고 담당이 된 후 술을 많이 마셔서 장애인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업적 광고가 이야기를 미화시킨 면이 있다. 탄산가스를 은하수를 마신다고 한 것이 ‘실재보다 상상이 위대하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여기서 장애인은 조향사로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로 표현된다.
뻥 이야기로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 장애인이 등장한다, 당시 산업화와 도시화에서 기독교 정신을 지키고 자연주의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동화는 썼다. 조실부모하고 산골 할아버지에게 맡겨져 있다가 이모가 도시 부자가 장애인 아이 클라리네의 말동무가 필요하자 하이디를 데려간다.
산골에서의 하이디 이웃은 가난한 피터가족인데, 그 집 할머니는 시각장애인이다. 하이디는 도시의 풍성한 식탁에서 예절을 모른다고 타박을 받으면서도 할머니에게 주려고 하얀 고급빵을 숨긴다. 할머니의 버킷이 고급빵이었던 것이다. 우리로 치면 ‘흰 쌀밥 먹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와 같다.
하이디는 향수병에 걸려 다시 산골로 오고 클라리네도 산골로 하이디를 찾아오고, 그녀의 순수함에 할아버지가 신앙인이 되었으며, 제2권에서는 피터와 결혼하여 도시로 가서 교사가 되고 쌍둥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향수병과 무신론자, 병허약으로 걷지도 못하는 클라리네, 가난한 피터가족 등이 시골에 모여 상호 치유가 되고 클라리네도 걷게 된다. 이는 기독교와 자유주의 교육관으로 당시 사회상을 비판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건강이 제일이고, 물질만능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서로 사랑하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가르침을 준다.
여기서 장애는 건강하지 못함이고, 장애인은 순수한 때가 묻지 않은 이미지로 나타난다. 하지만 자연치유로 장애는 치료될 수 있다는 장애극복 이미지이다. 헬렌켈러에게 설리반이 있듯이 부자 집안에서 장애인이 있으면 교사나 도우미를 데려와 기숙시켰다는 것이 복지 서비스가 없던 시절의 장애인에 대한 대책으로 여겼던 것이다.
결여가 장애이고, 자연 속에서 사랑하며 사는 것이 치유로 여겼다. 배짱이가 배가 고파서 노래를 불렀는데, 개미들이 출연료를 모아줘서 배짱이가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과거의 문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개미가 되거나 기발한 능력자가 되거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서양 문화에 나타난 장애인 이미지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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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이 쓴 ‘인문학으로 맛보다. 와인 치즈 빵’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나는 음식보다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관심이 갔다.
이 책 속의 장애인의 이야기를 해석해 보고자 한다. 한국의 대표적 음식이 김치, 간장, 된장(간장과 된장은 고구려 벽화에 나타남)인 발효식품이라면, 서양의 대표적 음식이 와인, 치즈, 빵이라면 이 또한 발효식품이다.
문학의 원형인 그리스 신화는 구전문학이었다. 이 구전문학을 전파하고 발전시킨 것은 시각장애인들이다. 한국에서 시각장애인들은 불교가 전파되자 독경을 외워서 성직자가 되었다. 시각장애인이 맹승들이 되는 것에는 여러 가지 강점이 있다. 적합직종이라는 것과 기구한 자가 운명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점, 그리고 자비를 내세우는 것이 장애인에게 당당하게 직업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 눈을 보지 않는 대신 영적 세계를 볼 것이라는 믿음으로 신통력이 공감대를 만든다는 점이다. 조선 초기 명통사는 맹승 교육사찰로 발전한다.
그리스 로마시대의 잦은 전쟁으로 남자들은 군대에 가야 했고, 남은 아낙들과 어린이들에게 불안감을 해결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시각장애인들은 구전문학과 전설을 섞어 이야기하기도 하고, 승리한 영웅담을 들려주기도 하면서 위로를 해주었는데, 이것이 발전하여 구전문학이 되고 역사가가 된다. 그리고 원형극장에서 판소리처럼 이벤트로 이런 이야기를 공연으로 전하면서 집단상담이 되고, 앞으로도 이길 운명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예언가가 된다. 이런 역할을 시각장애인들이 했으며, 시각장애 음유시인들을 통칭하여 호머(호메르스)라고 불렀다.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지식을 찾아 세계 일주 여행에 가산을 탕진하였고, 원형극장에서 무대장치 등 기획을 업으로 삼은 적도 있다. 데모크리토스는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떤 원자들이 어떤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가가 물질을 결정한다고 하였다. 그는 유물론자로서 이런 철학에 집중하기 위해 보는 것은 방해가 된다면서 스스로 눈을 찔러 맹인이 되었다. 화학에서 원자(아토마)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밀턴은 색맹이었다고 한다.
호머가 실존 인물인지, ‘오디세이’와 ‘일리어드’의 작가가 맞는지 논란이 있는데, ‘오디세이’ 8권에 나오는 시각장애 음유시인 데모도코스가 실재 인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시각장애인들이 직업적으로 음유시인으로 많이 활동했다는 점과 그런 사람들은 호메르스라고 불렀다는 사실에서 문학의 원조가 시각장애인이라 할 수 있다. 함수와 방정식, 미적분을 정립한 레온하르트 오일러, 기하학자 베르나르 모랑, 위상수학자 레프 폰트랴긴 등도 시각장애인이었으니 시각장애인이 문학과 수학에 큰 역할을 한 셈이다.
트로이 전쟁 이야기를 담은 것이 ‘일리어드’이고, 전쟁 후 10년 동안 방황하며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오디세이’이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장애인은 태어나면 버려졌는데, 좋지 않은 운명을 타고난 사람도 버렸다. 그런 운명을 점쳐주는 자가 시각장애인이다. 버림에서 살아남아 특별한 재능을 인정받은 자가 누군가를 버리도록 역할을 한 것이다.
신화에서 신은 특정 영역의 권리를 가진 자이고, 인간은 노동을 하여 생산을 하는 역할을 한다. 신 중에서도 장애인은 노동을 하는 기술을 가진 자이다. 세상은 공평해야 한다며 제우스가 가장 아름다운 아프로디테에게 맺어준 남편은 가장 추남이었으며, 지체장애인 대장장이다. 번개나 무기 등 전쟁에 필요한 기술을 만드는 신들은 장애를 가진 괴물로 표현된다.
도둑으로부터 양떼를 지키는 알렉산드로스(파리스)도 왕자였으나, 나쁜 운명이 점쳐져서 버려져 양치기에 의해 자란다. 최고의 미남인 그는 파리스 심판관이 된다. 불화와 질투의 화신 에리스가 자신은 초대받지 못한 것에 질투를 하여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미녀 여신의 모임에 황금사과를 던진다. ‘가장 아름다운 이의 것’이라고 적혀 있어 서로 자신의 것이라는 다툼이 일자, 파리스 목동에게 심판을 맡긴다. 객관적인 삼자이자 미남이란 점이 심판관의 운명을 갖게 하였다.
여신들은 권력과 명예, 미인계로 회유하게 되는데, 유부남인 그는 아프로디테의 교태와 미남에 걸맞는 미녀를 소개해 준다는 말에 편파적 판결을 내리고 만다. 바람둥이 아프로디테는 이웃 나라 왕비 헬레네를 연결시켜 주고 약속을 지켰다고 발뺌을 한다. 파리스는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것이 운명이다. 당시 사람들에게 운명론으로 처지에 만족하도록 하는 것이 정치였다. 왕비를 빼앗긴 그리스는 빼앗긴 것인지, 왕비가 미남에 빠진 것인지는 이야기마다 다르다. 그리스 장군 아킬레스는 불사신인데, 어머니가 스틱스강에 몸을 담궈 불사신으로 만들었다. 물에 넣을 때 발뒤꿈치를 잡고 넣어서 발목만 취약점이 되었다고 한다. 파리스는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고 멀리서 화살이나 쏘는 일만 했다고 한다. 그 역시 독화살을 맞아 죽는다.
오디세이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가는 중 키클롭스의 동굴에 가게 된다. 키클롭스는 식인 거인으로 둥근 눈 하나만 가진 자들이다. 신이지만 장애를 가져서 인간과의 중간인 기술직으로 일한다. 키클롭스의 가장 힘이 센 폴리페모스가 양치기인데, 오디세이 부하들을 잡아먹자 오디세이가 와인을 먹이고 잠든 사이에 눈을 막대기로 찔러 실명하게 만든다. 동굴은 분리된 공간이고, 지하세계다.
폴리페모스를 죽이지 않은 것은 그가 큰 바위로 동굴 입구를 막아 두어 그의 힘이 있어야 굴을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눈이 보이지 않자 바위를 조금만 이동시켜 작은 틈새로 양들을 일일이 만지며 확인하면서 내보내는데, 오디세이는 양의 배에 바짝 붙어서 탈출하게 된다.
배에 올라 오디세이가 폴리페모스를 놀리자 화가 나서 바위를 들어 던졌는데, 오디세이를 맞히지는 못했다. 눈을 보지 못하자 양들을 일일이 만져서 들로 내보낸 것이고, 많은 양젖을 보관하기 위해 치즈를 만들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여기서 장애인 이미지는 어리석음과 괴물 이미지다. 치즈는 자연발생적이었고 인간이 발견한 것인데, 신화 특성상 장애를 가진 신이 제조를 담당했을 것 같다. 목동이 사랑에 빠져 우유를 방치해서 고르곤졸라 치즈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나 달을 치즈 덩어리라고 여겼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샴페인은 샹파뉴 지방에서 따온 말로 피에르 페리뇽이라는 시각장애 수도사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한다. 당도가 높은 포도가 발효를 하다가 날씨가 추우면 중단되는데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시 발효를 시작한다. 미리 병에 담아 둔 포도주는 거품이 생겨 병이 터지자, 다들 불량품으로 버렸으나, 페리뇽이 병의 거품이 생긴 포도주를 먹으며 ‘은하수를 마시는 것 같다’고 하여 제품화를 했다고 한다. 이미 샴페인은 다른 지방에서도 만들어졌으나, 코르크를 사용한다거나 병을 단단한 것으로 만든다거나, 찌꺼기를 제거하는 등 기술을 보탠 것은 사실이고, 이를 광고로 만들어 성공한 것이 동 페리뇽 LVMH(루이비통)이다.
성직자가 되기 전부터 장애인은 아니었고, 장애인은 성직자로 뽑지를 않았을 것이다. 재정을 담당하다가 장애인이 되어 술 창고 담당이 되었는지, 창고 담당이 된 후 술을 많이 마셔서 장애인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업적 광고가 이야기를 미화시킨 면이 있다. 탄산가스를 은하수를 마신다고 한 것이 ‘실재보다 상상이 위대하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여기서 장애인은 조향사로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로 표현된다.
뻥 이야기로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 장애인이 등장한다, 당시 산업화와 도시화에서 기독교 정신을 지키고 자연주의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동화는 썼다. 조실부모하고 산골 할아버지에게 맡겨져 있다가 이모가 도시 부자가 장애인 아이 클라리네의 말동무가 필요하자 하이디를 데려간다.
산골에서의 하이디 이웃은 가난한 피터가족인데, 그 집 할머니는 시각장애인이다. 하이디는 도시의 풍성한 식탁에서 예절을 모른다고 타박을 받으면서도 할머니에게 주려고 하얀 고급빵을 숨긴다. 할머니의 버킷이 고급빵이었던 것이다. 우리로 치면 ‘흰 쌀밥 먹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와 같다.
하이디는 향수병에 걸려 다시 산골로 오고 클라리네도 산골로 하이디를 찾아오고, 그녀의 순수함에 할아버지가 신앙인이 되었으며, 제2권에서는 피터와 결혼하여 도시로 가서 교사가 되고 쌍둥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향수병과 무신론자, 병허약으로 걷지도 못하는 클라리네, 가난한 피터가족 등이 시골에 모여 상호 치유가 되고 클라리네도 걷게 된다. 이는 기독교와 자유주의 교육관으로 당시 사회상을 비판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건강이 제일이고, 물질만능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서로 사랑하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가르침을 준다.
여기서 장애는 건강하지 못함이고, 장애인은 순수한 때가 묻지 않은 이미지로 나타난다. 하지만 자연치유로 장애는 치료될 수 있다는 장애극복 이미지이다. 헬렌켈러에게 설리반이 있듯이 부자 집안에서 장애인이 있으면 교사나 도우미를 데려와 기숙시켰다는 것이 복지 서비스가 없던 시절의 장애인에 대한 대책으로 여겼던 것이다.
결여가 장애이고, 자연 속에서 사랑하며 사는 것이 치유로 여겼다. 배짱이가 배가 고파서 노래를 불렀는데, 개미들이 출연료를 모아줘서 배짱이가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과거의 문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개미가 되거나 기발한 능력자가 되거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서양 문화에 나타난 장애인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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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출처: 에이블뉴스(20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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