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정부,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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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11.06.17 조회5,529회 댓글0건본문
국가보고서 뒤늦게 제출 예정‥선택의정서 비준 안해
- 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 6월 제출
보건복지부가 빠르면 6월 안에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장애인권리협약의 국내 발효일이 2009년 1월 10일임을 감안하면, 지난 1월에는 제출됐어야 했다.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라면 협약이 국내에 발효된 시점으로부터 최초 2년안에 국가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해야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국가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것은 비준 국가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복지부가 “내용적으로 충실하려다 보니 지연이 됐다. 다른 국가들도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핑계에 불과해 보인다.
실제 장애인계는 장애인권리협약이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 실효성이 있는지, 정부가 협약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왔다. 또한 장애인권리협약의 실효성 담보를 위한 선택의정서 채택 촉구와 함께 협약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의 국내법을 개정·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애인계는 정부가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할 때에도 ‘권리협약을 너무 가벼이 여긴다’고 지적했다. 협약 체결 시 국내 법·제도의 충돌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개정·보완한 뒤 비준하는 타 선진국과는 달리 정부는 협약 체결에만 주안점을 뒀다는 것이다.
협약의 국회통과 비준동의안을 보면 장애인권리협약과 충돌하는 국내법 조항은 단 한가지, 장애인 보험가입 문제를 다룬 상법 732조밖에 없었다. 이는 상법 732조를 제외한 다른 법이나 제도는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해 잘 이행되고 있다는 뜻을 정부가 직접 표명한 셈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느끼는 체감은 정부 뜻과는 다르다. 장애인들은 아직도 이동이나 문화·정보접근, 교육, 건강 등 권리의 차별을 느낀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를 이유로 한 진정은 2007년 256건에서 2008년 640건, 2009년 711건, 2010년 1,558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장애인계는 정부의 ‘선택의정서 비준’만이 장애인권리협약의 제대로 된 이행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보고서가 곧 제출돼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의 심의를 받는다고 해도 정부의 의지가 없다면 장애인 권리를 신장시킬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가보고서에는 정부가 장애인 권리를 위해 개선한 지원현황, 장애관련 법 제·개정 현황 등이 담긴다. 결국 정부의 실적을 긁어모으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후 국가보고서와 이를 반박하는 NGO보고서를 중심으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심의와 심의 결과에 따른 권고가 나오긴 하나, ‘국제적 망신’을 주는 수준에 불가하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 없인 장애인을 위한 환경이 달라지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반면 정부가 아직까지 비준하지 않고 있는 선택의정서는 협약에 따라 각 가입국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정기적으로 당사국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를 검토한 후 필요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실질적 이행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국제인권조약 중의 하나로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국제적인 약속이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다른 국가도 지연한다’는 핑계를 대며 국가보고서 제출 기한을 넘기는 일도, ‘다른 법·제도에서 보장할 수 있다’는 논리로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소홀히 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나아가 조속한 선택의정서 비준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진정 장애인들의 권리 보장을 생각한다면, 장애인권리협약 비준 국가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정가영 기자 (tasha@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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