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 다운 증후군’ 표지. ©서인환
‘아름, 다운 증후군’ 표지. ©서인환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가운을 벗고 지난 2013년 출판사를 차렸다. 의사는 치료를 목적으로 일하는데, 치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다. 환자들의 부모와 가족, 그리고 시민들에게 질병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갖고 있는 편견 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치료라고 느낀 것이다.

출판사를 차린 처음 동기는 의학 관련 외국의 양서들을 번역 출판하려고 여러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으나, 출판을 맡아줄 곳을 찾지 못해서 차라리 출판사를 직접 차리자고 마음먹은 것이 계기였다. 이렇게 탄생한 출판사가 ‘꿈꿀자유’이다.

2021년에 꿈꿀자유에서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라는 서적을 번역출판했다. 이 서적은 2022년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부분 수상작이 되었다. 꿈꿀자유에서 올해 1월 1일 청룡해 최초 출판으로 ‘아름, 다운 증후군’이란 서적을 출간했다. 새해 첫날 출간은 희망을 상징하고 싶어서였다.

‘아름, 다운 증후군’은 다운증후군에 관한 책이다. 다운 증후군에 아름이란 단어를 붙이니 아름다운 증후군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세 명이다.

최은경 작가는 연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다. 2021년부터 유튜브 ‘다운증후군_스며들다’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다운증후군 엄마다. 박주형 작가는 한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다운증후군 언니가 있는 비장애인자매이다.

오수영 작가는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로, ‘태어나줘서 고마워’를 출간한 적이 있다. 다운증후군 선별검사를 하면서 만난 산모들과의 경험을 토대로 다운증후군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제거하고자 집필했다.

오수경 교수의 원고를 먼저 나오도록 편집을 하면, 의학적 초점에 독자들이 머무를 수 있어 다운증후군 장애인의 엄마의 이야기와 형제자매의 이야기를 먼저 실었다. 독자들은 순서를 바꾸어서 오수경 교수의 글을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다운증후군에 대한 의료적 정보를 알고 편견 없이 가족들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순간 편견에 갇히게 된다. 삶을 행복과 불행으로 정의하기에는 설명이 왜곡된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행복을 느낀다고 하지만, 그들은 인간보다 수명이 짧아 가족에게 아픔과 슬픔, 불행을 안길 것이다. 하물며 복잡한 인간의 삶에서 행복과 불행은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태도에 기인한다. 어느 다운증후군 엄마는 아이의 이름을 ‘노을’이라고 지었는데, 아름다움을 계속 보고 싶고 붙잡고 싶어서라고 했다.

유전과 유전성은 다른 말이다. 유전질환이란 유전성을 말하는 것으로, 부모에게서 아기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 정보를 갖고 있는 염색체의 이상이다. 한 생명이 만들어지면서 세포분열에서 일어나는 후천적 결과인 셈이다. 인간의 3분의2 이상이 유전적 원인에 의한 질병을 경험한다.

생존아 700명당 1명의 빈도로 다운증후군 장애인이 발생한다. 다운은 ‘아래’라는 의미가 아니라 다운증후군을 발견한 의사의 이름이다. 그래서 대문자를 사용하여 Down으로 표기한다.

사람들은 임신기 장애 선별검사를 기형아 선별검사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형아 선별검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선별검사는 위험군으로 분류하기 위한 것이지, 확진검사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가능성일 뿐이다. 선별검사 고위험군 중 다운증후군으로 확정되는 경우는 5%에 불과하다. 산모 혈액 속에 있는 태아의 DNA 검사로 선별검사를 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는데, 이를 NIPT 검사라고 한다.

다운증후군 장애인을 몽골리즘이라든가, 정신지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미국 다운증후군 상담지침에서는 ‘임신 유지를 원한다면’이란 표현을 ‘임신을 유지함에 따라’라고 변경했으며, 출산시에 축한한다는 말을 전하며 긍정적 태도를 보이도록 개정했다.

방송작가 에밀리 킹슬러는 다운증후군 부모로, 1987년 ‘네덜란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장애인의 가족이 되는 것은 이탈리아로 여행을 계획했는데, 네덜란드에 불시착한 것으로, 이미 일어난 것을 수용하고 네덜란드 여행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최은경 교수가 미국 유학 시절, 주성이를 낳았을 때 의사가 축하한다는 말을 해 주었는데, ‘행복 끝’으로 여기는 문화 속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이제는 바꿀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의사가 ‘키우실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장애 수용 태도를 가지도록 충분한 대화와 설명, 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주고, 동정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장애 가족임을 커밍아웃하는 것은 고립을 막는 방법이 된다. 가족극복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부모의 우울 정도, 가족의 응집력, 의사소통 능력 등이 극복력에 영향을 미친다. 조기개입이 중요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열성 사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작가는 통합교육의 8할은 담임교사의 몫이라며, ‘이런 아이를 왜 일반학교에 보냈어?’라는 태도는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한다. 비장애학생도 사회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고, 장애인 역시 앞으로 살아갈 사회의 축소판이자 산실인 일반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이를 접촉이론이라고 한다.

장애학생은 돌봄의 대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역할 부여가 중요하다. 작가 최은경 작가의 아들 주성이는 선생님 심부름하기를 좋아하고, 행복을 느꼈다고 했다. 특수학교를 건립하려고 했을 때에 장애 부모와 주민의 대립으로 만들 듯이, 주성이가 통합교육을 위해 일반학교에 입학하고자 했을 때에 학교가 장애 부모와 비장애 부모의 갈등으로 만들었던 경험도 들려준다.

작가는 주성이가 문화 활동 참여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계단을 뛰어오르듯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퀀텀점프를 하는 것을 보며 행복해하였다. 잘 모르는 것은 패싱하고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두발자전거 타기와 공연 발표 등에서 매우 높은 집중력과 열정을 보였다는 에피소드도 소개하였다.

발달장애란 발달기에 시작한 장애로, 지적 능력 부족과 적응 기능 부족을 보이는 것인데, 수학에서 구구단은 외우지만 응용문제를 풀지 못하고 포기해버리면 급하게 가르치려 하거나 부정적인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AI 기술을 모른다고 살아가는 데 문제가 되지 않듯이, 시제나 복문의 이해 등에서 어려움을 보인다고 부정적으로만 여길 필요가 전혀 없다. 후퇴와 전진을 계속하면서 서서히 한 단계씩 나아가는 것이다. 작가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금물이며, 소소한 행복을 찾아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은경 작가는 긴 방학이 되자 주성이의 규칙적 학교생활에서 집에서 있게 되어 어려움을 겪었던 이야기, 다운증후군의 65%가 수면장애를 겪는다는 사실도 고백하면서,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고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양성의 인정과 인간의 존중을 주장하는 자기옹호운동인 피플퍼스트 운동도 소개하고 있다. 평균 실종의 시대에서 기준은 이제 객관성을 잃고 개인의 특성으로 인정하는 사람을 먼저 보는 시선을 강조한다.

우리는 장애를 앓고 있는 등의 표현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데, 장애를 가진, 또는 장애가 있는 등의 표현이 맞으며, 단어가 길게 되므로 그냥 장애인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장애인 엄마는 양육을 맡아 항상 함께 있음으로 인하여 좌절과 희망이 반복되지만, 장애인 아빠는 적응 과정에서 바닥을 치고 나면 시간과 비례하여 상승한다고 한다.

작가는 장애인 이해교육은 인간이란 베이스에 장애가 플러스된 것이 아니라, 중요한 부품이 빠진 장애로 이해하고 배려하도록 잘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하고 있다. 장애 형제가 장애인과 함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부정적 사회적 태도가 학습시킨 결과이며, 부끄러워함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것과 실제 동반하여 다니면서 별 것이 아니라고 느끼도록 함이 중요함도 경험을 통해 이야기해 준다. 장애가 없다고 대단한 것이 아니듯, 장애가 있다고 걱정할 일도 아니다.

박주형 교수는 언니가 다운증후군 장애인이다. 시간과 날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언니가 사람들에게 거슬리는 행동을 해도 ‘장애인이예요. 이해해 주세요’라고 하면 대부분 이해해주는 사회가 고맙다고 말한다. 두려운 사회가 아니라 손을 잡아주는 사회를 소망한다.

언니가 성장이 멈추어진 어린 채로 남아 있어 귀엽다고 한다. 같이 성장할 때에는 그렇게 말하는 가족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딸을 키우면서 이제는 그렇게 생각할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장애 가족이 되면 보호 본능이 생기는데, 의무감에 짓눌려서는 안 된다고도 말한다.

장애아이를 아픈 손가락이라고 말하는데, 부모는 비장애인 형제도 같은 아픈 손가락임을 인식해야 한다. 박 교수는 언니가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는데,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소용이 없단다. 그래서 정확하게 몇 시간 후라든가, 몇 시에 통화하자고 말하고 전화를 끊게 하는 요령이 생겼다고 한다. 동생은 바쁘지만 언니는 친밀감을 갖고 싶은 것이다.

장애인 복지는 가족 단위로 이루어져야 하며, 작가 역시 다른 장애인 가족의 친구가 필요했다고 말한다. 서로 터놓고 이야기를 할 상대가 되어주었을 것이다. 장애 형제에게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기보다는 각자의 생활을 인정하는 거리와 역할이 필요하다고도 하였다. 언니와 잘 지내는 방법은 너무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언니가 관심 있고 잘할 수 있는 것에만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여겼는데, 그런 생각이 언니를 얼마나 소외시켰을까 미안해하면서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보니 많은 노력과 관심, 자신을 봐 달라는 눈빛이 있었음을 이십 년 동안이나 몰랐다고 소회한다.

언니에게도 해야 할 일을 주면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신나 한다고 한다. 장애 형제로서 다른 장애인을 만나면 넓고 푸근한 마음을 갖게 된다는 어쩔 수 없는 공감대도 고백한다. 대학에 자리를 잡자 언니가 나도 거기서 청소일을 하고 싶다는 말했는데, 한편으로는 빵 터지는 말이고, 한편으로는 귀여운 말인데, 현실성을 기준으로 답답해할 일이 아니라 나름의 관심과 표현을 이해하면 더욱 행복해질 수 있음도 이야기한다.

대화할 때, 긴 문장이 아닌 단문으로 이야기하고, 중요한 것은 반복하면서 쉬운 말로 다른 표현 방식으로 표현하면 대화가 쉬워진다. 성인이 된 장애인을 아이라고 여기는 것은 비인격적일 수 있으나, 대화법에서 네 살짜리라고 여기며 대화법을 바꾸면 충분히 대화를 즐길 수 있다고 하였다.

세 작가의 서로 다른 위치에서 보는 장애의 반응은 우리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삼각법으로 세 위치에서 방향을 잡아 선을 그어 접점을 찾듯이, 장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도록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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