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3월. 발달장애인 가족과 현장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발달장애인 사별&죽음준비교육의 필요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올해로 24년째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발달장애인들을 만나고 있는 필자는 발달장애인들의 사별&죽음준비교육이 필요성을 몸으로 느끼고 있던 터였다. 이것이 나만의 욕구인지, 다른 관계자들의 인식은 어떠한지 객관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었기에 자체 설문지를 제작해 온라인으로 배포했다. 조사내용 중 일부 유의미한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정책과 실무적 방향을 도출할 수 있도록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조사는 발달장애인 가족(부모, 형제자매), 발달장애인 지원자(사회복지사, 직업재활사, 특수교사, 활동지원사, 근로지원인)를 대상으로 지난해 3월 24일부터 26일까지 구글폼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로 진행했다. 발달장애인 가족 102명, 발달장애인 지원자 40명 등 총 142명이 참여했다.

첫 번째, 평소 발달장애인의 사별&죽음준비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지를 질문했다.

가족과 지원자 모두 과반수 이상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변하였는데 필요성 인식률은 가족보다 지원자가 높았지만, 필요성을 느끼는 강도는 가족이 지원자보다 높게 나타났다. 초고령사회의 흐름에 맞춰 발달장애인의 수명도 증가하고 있기에 자연스레 죽음관련 교육 욕구도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발달장애인들의 사별&죽음준비 교육 필요성 인식. ⓒ김영아 
발달장애인들의 사별&죽음준비 교육 필요성 인식. ⓒ김영아 

두 번째, 발달장애인 사별&죽음준비교육이 왜 필요한지를 질문했다. 

가족과 지원자 모두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필요하다’ 는 답변이 1순위로 나타났다. 가족은 36.8%, 지원자는 63%의 응답률을 보였는데 중장년을 넘어 노년기 발달장애인의 평생교육을 준비해야하는 시점에서 웰다잉 교육이 중요한 화두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 번째, 발달장애인 사별&죽음준비교육이 진행된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는 지를 질문했다. 

가족과 지원자 모두 ‘전문강사가 있다면 교육을 희망한다’ 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직접 배워서 교육하고 싶다’ 는 응답이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발달장애인들의 사별&죽음준비 교육 진행 참여 의사. ⓒ김영아 
발달장애인들의 사별&죽음준비 교육 진행 참여 의사. ⓒ김영아 

네 번째, 발달장애인 사별&죽음준비교육을 누가 진행하기를 희망하는지, 몇 회기가 적당한 지  질문했다. 

가족과 지원자 모두 ‘발달장애인 지원자’ 가 교육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55%로 과반수 이상이었으며, 웰다잉 교육 전문가 교육이 35%로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웰다잉 강사 중 발달장애인 눈높이에 맞는 교육이 가능한 강사는 전무한 수준이다. 당사자 가족과 지원자들 스스로가 웰다잉 교육에 관심을 갖고 하나씩 준비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교육희망 회기는 3-4회기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과 지원자 모두 ‘발달장애인 지원자’ 가 교육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55%로 과반수 이상이었으며, 웰다잉 교육 전문가 교육이 35%로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김영아 
가족과 지원자 모두 ‘발달장애인 지원자’ 가 교육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55%로 과반수 이상이었으며, 웰다잉 교육 전문가 교육이 35%로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김영아 

다섯 번째, 발달장애인 사별&죽음준비교육의 영역별 우선순위를 질문했다. 

교육영역은 죽음교육 및 호스피스 전문가인 미국의 찰스 코어(Charles Corr)가 제시한 죽음교육의 4가지 차원에 현실적 차원을 추가하여 총 5가지 차원을 제시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했다. 

죽음교육의 5가지 영역은 ▲정서적 차원: 상실, 애도, 용서, 화해, 감사 ▲인지적 차원: 노년기의 삶, 삶과 죽음의 이해 ▲행동적 차원: 후견인, 장례이해, 엔딩노트, 자서전 쓰기  ▲가치적 차원: 미래계획, 남은 삶 정리  ▲현실적 차원: 부모사후 자립준비, 경제적 준비 다.

가족과 지원자 모두 ‘정서적 차원’에 대한 교육 필요성을 가장 높게 인식했다. 차이가 있다면, 가족들은 모든 영역의 필요성을 고르게 인식한 반면, 지원자들은 정서+인지적 영역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원자들에게는 사별&죽음준비교육이 선택의 영역이지만, 가족에게는 지극히 현실이기에 더욱 폭넓고 깊이 있는 욕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죽음준비 교육영역의 우선순위. ⓒ김영아 
죽음준비 교육영역의 우선순위. ⓒ김영아 

여섯 번째, 사별&죽음준비교육 중 희망하는 주제에 대해 질문했다. 가족과 지원자의 교육희망 주제에 일부 차이가 있었다. 

가족들은 ‘당사자의 사별준비와 죽음준비인식’ 교육을 가장 희망한 반면, 지원자들은 ‘죽음준비 인식과 당사자 자신의 죽음준비’ 교육을 우선시했다. 특히,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죽음준비 응답에서 가족과 지원자의 간극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원자들은 ‘자신의 죽음준비’를 중요하게 여긴 반면, 가족들은 다소 소극적으로 인식함을 확인할 수 있는데, 가족 입장에서는 발달장애인인 자녀, 형제자매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희망하는 교육주제. ⓒ김영아 
희망하는 교육주제. ⓒ김영아 

설문에 참여한 가족 중 80% 이상이 발달장애인의 형제자매였는데 이들 대다수가 ‘발달장애인 사별준비교육’ 필요성을 높게 희망했다. 이는 부모 사후 발달장애인의 애도, 상실, 생활 전반이 비장애형제자매의 몫이기에 이들의 욕구가 높게 반영된 결과값이라 보여진다. 

현재 일부 단체와 기관에서는 중고령 발달장애인 자립 프로그램으로 웰다잉 교육을 진행 중에 있다. 대부분 노인대상 웰다잉, 웰에이징 전문강사를 섭외하여 진행하다보니 발달장애인들은 이해하기도 활용하기도 어려운 형식적 교육에 머무는 한계가 있다.  

소규모 조사이긴하나 발달장애인 가족과 지원자들의 죽음준비교육 필요도 인식수준은 이미 ‘발달장애인 맞춤형 사별&죽음준비교육이 필요하다’ 는 데에 공감하고 있다. 장애인복지 현장의 지원자들이 하나씩 배워나가고, 가족들이 함께 전달하며 채워가는 일만 남았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