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영아 칼럼니스트】 필자는 올해로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근무한 지 24년차 되는 장애인재활상담사이다. 24년은 한 생명이 태어나 자립하는 성인이 될 만큼 짧지 않은 기간이다. 수 많은 장애인당사자분들과 만나고 동료들과 합을 이루며 숱한 일들을 만들고, 해결하며 살아왔지만 여전히 어색하고 어려운 건 ‘죽음’을 대할 때이다.
나와 함께한 장애인당사자의 죽음, 부모님의 죽음을 마주한 당사자, 반려동물과의 작별을 준비하는 당사자 그리고 당사자의 죽음으로 상실을 경험하는 현장동료까지. 휴먼서비스를 업으로 삼은 자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에 매년 10명 가까운 위의 사례들을 경험하고있다. 태어난 이상 죽지 않는 사람은 없기에 살아감은 곧 죽어가는 과정임에도 우리는 죽음 앞에 작아진다. 나 또한 매년 목도하는 일임에도 매 순간 작아지는 나를 느낀다.
날씨가 추운 탓일까, 유독 세상을 떠나는 분들이 많은 요즘이다. 내 주변 동료들도 함께하던 장애인분들을 떠나보내는 일이 잦다. 지병이 있으시거나 오랜 투병생활을 하신 분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어느 정도 예상과 준비가 가능하기에 다소 완충되는 면이 있다. 장애인복지 실무자 또한 미리 죽음에 대처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동료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 준비가 가능하다. 물론, 미리 준비한다 해도 상실감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허무하기는 매한가지이지만.
장애인복지 현장 실무자들 중 가장 많은 이들은 사회복지사이다. 2005년도 발표논문인 <휴먼서비스 학문분야의 죽음교육에 관한 교육내용분석과 욕구조사> 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90%가 죽음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필요하다'는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학문별 교과과정에서 죽음을 다루는 교재 페이지 수를 비교분석한 결과 사회복지학 5.4페이지, 교육학 9.2페이지, 간호학 66.4페이지로 나타났다.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학업과정에서 죽음을 배우지 못했기에, 현장에서 맞딱드리는 죽음 앞에 당황하고 두려워하며, 소진으로 이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죽음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호스피스 간호사의 경우, 죽음에 관한 개인적 느낌을 표현하고 관련된 문제를 개방적으로 논의할 기회가 많아 상대적으로 소진이 덜하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당사자의 죽음경험이 외상과 상실의 경험이 아닌 어떻게 준비되고 다루어지느냐에 따라 성장의 기회, 전문적 역량으로 발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박향경 외. 사회복지사가 경험한 노인클라이언트의 죽음. 2017)
특히나 최근 장애계에서도 1인 가구, 고립은둔 상태에 놓인 분들의 고독사와 심각 수준인 자살이 화두로 자리잡으면서 일선 실무자들의 숙제로 남아 있다. 고독사의 경우 담당자가 최초 발견자가 되는 경우가 많고, 평소 소통하는 사람이 둘 뿐인 경우가 많아 상실감과 충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상실감과 트라우마를 토로하면 ‘업무와 감정을 분리하지 못하는 비전문적 실무자’로 평가되거나, ‘업무라고 받아들이라’는 냉정한 수퍼비전에 노출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피할 수 없는 ‘죽음’ 이라는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2022년 발표논문인 <초임 사회복지사의 클라이언트 고독사 연구: 외로운 죽음, 외로운 적응>에서는 유사한 경험을 한 실무자 간 네트워크와 지지체계를 형성하는 자조모임 활동, 죽음관련 외상치유 프로그램 참여, 사회복지관련 교과과정과 직무교육 시 죽음교육 강화 그리고 실무자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자기돌봄(self-caring)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자기돌봄의 중요성은 사회복지사의 죽음경험 관련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는데, 자기감정을 충분히 돌보고 위로하며, 타인의 죽음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거나 재설계하는 것이 건강한 해결방법임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돌아가신 분에 대한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도 심리안정과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실무자로서의 업무적 역할과 전문성을 넘어, 한 사람으로서 내 죽음을 생각하며 준비하는 시간 또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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