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이란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安寧, Wellbeing)한 상태로 정의한다. 건강하다는 것을 풀어서 설명하면 맛있게 식사하고 숙면하며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사회에 어울려서 살아갈 수 있음을 말한다. 즉 장애를 의료적 또는 사회적 모델로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건강을 다루는 장애에 대한 관점이 필요한 때이다.

10학년 때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수술을 받으러 입원했다. 수술받기 전날에 엄마가 병실을 잠깐 비워서 침대에 혼자 누워있었다. 여러 명의 구둣발 소리가 들리더니 흰 가운을 입은 3명의 의사들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그 의사들을 보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은 내 환자복 단추를 열고 수술 위치를 확인한다고 내 왼쪽 갈비뼈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 중에 가장 나이 많아 보이는 의사가 우는 나에게 말했다.

너 이렇게 나를 볼 때마다 울면 나도 기분 나쁘다. 내가 나쁜 사람 같잖아. 내가 너 죽이냐? 그리고는 자기들끼리 잘못 확인하면 내일 교수님한테 혼날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나를 못 움직이게 잡으라고 했다.

나는 그 사람들이 내 갈비뼈 개수를 세면서 누를 때 정말 아팠다. 그리고 나는 이미 15살이었고 그래서 아저씨들이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옷을 벗기고 내 몸을 만지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나는 그 의사가 화가 나서 나를 더 아프게하거나, 혼이 날 것 같아서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가장 나이가 많아 보였던 그 의사는 일을 끝내고 나서, 아프다고 오냐오냐 키워서 애가 이 지경이라고 말하고 나갔다. 나는 내 몸이 장난감 인형 같았다.

의료적 모델

신체적 손상에 깊숙이 연결되어 있는 의료지식은 지식의 정치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질병이나 장애를 다루는 과정에서 의학적 지식의 분배 불균형은 의료권위자와 장애인 사이에 지식의 불평등을 가져온다.

이것은 Foucault가 말한 지식과 권력의 상호관계를 잘 설명해주고, 질병이나 장애를 다루는 과정에서 의료지식에 관해 권력의 문제가 놓여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지식의 권력화로 장애인들은 의료지식을 가진 의료권위자들에게 더욱 의지하게 되고 치료과정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이끈다.

과학과 서양 의학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믿음 안에서 질병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존재는 과학이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타자이고, 이들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의료과정에서 질병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이 의료전문가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인식론적 가치절하의 경험을 한다고 지적한다.

나아지기 위한 치료 과정 안에서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 이었다기보다는 의료적 대상이 됨으로써 의료진의 지시를 따르고 의료적 논리를 내재화한다. 장애인의 몸은 의료적 논리의 목표인 비정상을 정상으로 고치기 위해 의료적 논리에 의해 장악됨으로써 “순종하는 신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Foucault가 정치해부학에서 권력이 규율을 통해 순종하는 신체를 만들어내는 방식과 같이 의료 권력이 병리학적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사람들을 어떻게 억압하는지 그리고 의료 규율이 어떻게 장애인들의 신체를 장악하는지를 보여준다.

장애인은 의료 규율에 따라 의료권위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진행되는 치료 활동 속에서 존재한다. 의학적인 정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과정 속에서 장애인은 몸의 주인이 될 수 없고 의학적 대상화가 되어간다. 의료과정에서 장애인은 사람이기 보다는 분절적으로 존재하게 되고, 의료화 된 장애는 장애인들의 몸을 생물학적인 손상 그 자체로 귀결시킨다.

사회적 모델

장애에 대한 사회적 모델은 주로 사회적으로 발생된 문제와 개인이 사회로 완전하게 통합되는 것을 주요 사안으로 본다. 장애는 개인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이 사회적 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상태들의 복합체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 관리를 위해서는 사회적 행동이 필요하고, 장애가 있는 개인이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에 완전하게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환경의 개선에는 많은 부분에 있어 사회의 집단적인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사회적 모델의 주요 사안은 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는 태도나 이념적인 것이고, 정치적 측면에서는 인권문제이다.

사회적 제약으로서 장애를 바라보는 연구자들은 장애에 관한 이론이 당사자의 직접적인 경험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장애의 의료화에 반대한다. 그러나 이것이 의료적 치료와 보호에 대한 거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이 가진 몸의 손상을 부정하거나 그것에 대한 의료적 개입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무장애 사회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장애인의 아픔과 통증, 요로 감염 등과 같이 몸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장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몸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간과하지 않는 의료적 도움의 필요성에 대한 성찰과 함께, 사회적 맥락에서 드러나는 장애를 밝혀내기 위한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만이 WHO가 말하는 장애인의 건강을 지키면서 질 높은 삶으로 걸어가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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