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송파 세모녀 11주기 추모제에서 빈곤과 장애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의 극락왕생을 빌며 위패를 태우는 모습.ⓒ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25일 송파 세모녀 11주기 추모제에서 빈곤과 장애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의 극락왕생을 빌며 위패를 태우는 모습.ⓒ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2014년 2월,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두 번이나 들어간 편지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난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벌어진 지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의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지독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년 수십만 명의 위기 가구가 발굴돼도 공적 복지제도로 연결되는 비율은 3% 수준이며, 한국의 빈곤율은 약 15%입니다. 노인빈곤율은 40%에 육박하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매해 갱신 중입니다.

그런가 하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동반 죽음이라는 ‘사회적 타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면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국회 앞에서 농성장을 차려, 매주 화요일마다 집회를 엽니다. 벌써 오늘로 107회차를 맞습니다. 25일, 그 농성장에서 ‘빈곤’과 ‘장애’ 속 생존의 위협을 마주한 사람들이 만났습니다.

송파 세 모녀 11주기를 맞아,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과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이 추모제를 열고, 모든 빈곤과 장애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의 극락왕생을 빌며 위패를 태웠습니다.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은, 그들의 단정한 유서와 생활비는 너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차별로 인한 죽음을 택한 사람들을 해마다 목도합니다.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도 10여 건이 넘습니다. 승자독식의 세상 속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 가난한 사람,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은 살아가기 힘듭니다. 혼자서만 잘 사는 사회가 아닌,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연대할 겁니다."(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송파 세 모녀 사건은 단순히 비극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우리에게 얼마나 가혹한지 드러냈습니다. 제도 개선 논의가 있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 사회가 더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강요하지 않도록,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지 않도록 계속 투쟁하겠습니다."(은희주 홈리스야학 학생회장)

25일 국회 앞에서 열린 송파 세모녀 11주기 추모제 전경.ⓒ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25일 국회 앞에서 열린 송파 세모녀 11주기 추모제 전경.ⓒ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근 서울 한 빌라 화재로 자폐스팩트럼 장애가 있는 10대 소녀가 숨지고, 가족이 중상을 입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아버지가 생계를 위해 밤까지 일을 나간 사이 빌어진 일이었죠. 중증장애아동이 있는 차상위계층 가족임에도 이들의 정부 지원은 월 17만원의 장애아동수당뿐이었습니다. 아이가 중증장애로 잦은 이사가 어려워 빚을 내서 산 집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중증장애인 가구의 주거용 재산을 소득인정액에서 제외 또는 완화하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준비 중입니다. 이제는 ‘빈곤’과 ‘장애’로 인한 중증장애인 가족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그리고 비극 또한 없길 염원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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