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영아 칼럼니스트】 오는 2026년 3월 <지역돌봄통합지원법> 이 시행된다. 특정 대상이 아닌 전국민 돌봄을 기조로 하는 이 법안은 시행까지 1년 남았다.
지난 2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역돌봄통합지원법의 성공적 시행을 위한 법령제안 토론회>가 개최됐고, 장애계에서 참석한 분들이 과반수를 차지할만큼 장애인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는 법안 마련 단계에서 장애계를 배제한 후폭풍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필자는 이날 현장에 참여하여 토론회의 열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는데, 한 달여가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사례가 있었다.

중증의 지적장애와 신체장애를 동반하고 있어 와상 생활 중인 성인 자녀를 돌보는 어머니의 발언이었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잠시도 떨어져보지 못하고 한 몸처럼 돌봄을 해야했던 어머니는 코로나19 때 큰 위기를 겪었다 하셨다. 지자체에서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기에 신청했지만, 최중증장애인이라 적절한 돌봄인력을 배치하기 어려워 번번히 거절당했으며 "어머님이 돌봄인력을 구해오시면 저희가 비용을 지급하겠다" 라는 답변까지 들어야했다는 이야기였다.
이 어머님께서는 '지역돌봄통합지원법의 법안 마련 과정에서 장애인들을 배제시켰고, 15개의 장애유형과 중‧경증의 구분없이 장애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코로나19 때 겪었던 상황을 반복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라는 말씀을 하셨다. 전국민의 돌봄을 모토로 내 건 이 법안에서 마저, 가장 돌봄이 절실한 중증장애인들은 또 다시 배제되는 모양새다.
장애인의 돌봄 관련 법과 제도의 큰 영향을 받는 분들은 '고령의 발달장애인 부모' 들이다. 부모의 노후 혹은 사후에 자녀의 돌봄, 생존과 직결되는 사회적 안전망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년기'를 지칭할 때 65세 전후를 기준으로 말하지만, 발달장애인의 경우 50세를 기준으로 '노년기'로 보는 것이 대세이다. 발달장애로 인한 조기노화와 높은 치매발생율 등을 고려한 해석이며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의 경우에도 유사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신의 노후준비와 자녀의 노후준비를 함께 해야하는 이중고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만 50세 이상 고령발달장애인 인구는 2011년 28,033명(15.3%), 2017년 41,939명(18.6%)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자체가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했기에 발달장애인 고령인구 증가도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
이처럼 고령발달장애인 인구는 증가하고 있지만 50세의 고령장애인의 이용가능한 서비스, 시설은 절벽인 것이 가장 큰 문제이자 숙제이다.
지역돌봄통합지원법의 핵심내용인 '개인별지원계획' 수립에서도 고령발달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빈약하기에 계획에 반영할 알맹이 자체가 없다.
영국 다운회의 경우 고령발달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보장하고 있다. 개인별지원계획수립(community care assement), 가정 내 특수장비 지원, 도시락 배달, 주간보호시설, 단기보호, 가정돌봄지원, 레지덴셜 케어홈(residential care home)등이 존재하고 있다.(2018. 이진승 외, 고령발달장애인 개인별지원계획 수립 활성화 방안모색)
이처럼 고령발달장애인에 대한 제도적 지원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를 홀로 남겨놓는 것이 무책임한 부모로 인식되기에, 혼자 놔두기 보다는 차라리 함께 세상을 떠나는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동반자살이라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22년 서울특별시 50플러스재단에서 진행된 '성인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50+부모의 고령화와 노후준비(정병은 외)'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50대 이상 부모들의 고뇌와 욕구를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물리적으로 발달장애 자녀와 분리된 적이 없기에 부모가 아닌 '나'로서 존재해본 적이 없다. 때문에 나만의 안전하고 건강한 노후준비는 사치처럼 느껴지게 된다.
자신의 노후준비 1순위는 발달장애인 자녀의 자립 또는 돌봄시스템의 안정화에 있다. 특히나 자녀의 자립과 돌봄에서 경제력보다 우선시 되는 것이 '사람과 관계' 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여기서의 핵심은 '당사자에게 익숙한 지역사회 안에서 환대받고 이웃과 어울리며 의미있는 낮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에 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익숙한 곳에서 자연스럽게 소속될 수 있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지역돌봄통합지원법은 고령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원하는 곳에서, 공동체적 삶을 보장받는 울타리가 될 수 있을까? 50대의 발달장애인 자녀와 70대의 부모가 함께 나이들어가는 모습이 비극이 되지 않게 할 법, 제도, 현장의 다양한 시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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