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현옥 칼럼니스트】내년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있다. 올림픽은 2026년 2월 6일부터 22일까지, 패럴림픽은 3월 5일부터 15일까지 열려 일년이 채 남지 않았다.

이번 패럴림픽은 제1회 대회 이후 50주년을 맞는 기념대회이고, 2006년 토리노 패럴림픽 이후 20년만에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패럴림픽이다. 동계 패럴림픽이 미처 시작되기 전인 1956년에 제7회 동계 올림픽이 이탈리아 코르티나에서 열린 바 있다. 당시 쓰여진 경기장이 70년이 지난 내년에 다시 쓰여진다.
이탈리아의 코르티나가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게 된 것은 1944년 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되고도 2차 세계대전으로 무산된 데 대한 보상의 성격이 짙었다. 당시 올림픽에서 소련이 처음으로 참가해 종합 1위를 차지했고, 독일은 동독과 서독 연합팀으로 참가하는 등 세계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올림픽이었다.
당시 메인스타디움(스타디오 올림피코 델 기아씨오)은 1954년 완공되어 피겨스케이팅 경기장으로 사용되다 동계 올림픽 때 개폐회식 장소로 쓰였고 1981년 이후 지붕을 얹었는데, 제임스 본드 주연의 007시리즈 영화 촬영장으로 유명한 명소이기도 하다.
패럴림픽을 앞두고 밀라노·코르티나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탈리아 전역의 접근성 개선을 제1목표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회는 1년 남짓 남았지만, 이탈리아의 개최 도시와 인근 지역에 혁신적인 영향을 이끌어 내고,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변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를위해 ‘변화는 스포츠에서 시작된다’는 목표를 대외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이 내세우는 가장 큰 가치인 ‘접근성’은 지난해 같은 유럽지역에서 열렸던 파리 패럴림픽을 많이 벤치마킹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고대 로마 도시에서 열리는 셈인데, 로마 시대에는 접근성이 기반 시설을 건설할 때 고려대상이 아니었기에 2,00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계기로 접근성을 우선순위에 두게 되었고 이를 위해서 2천만 유로(325억)가 투자되어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 자금은 특히 공공 장소, 도심내 도로, 그리고 개막식이 열리는 1세기 건물인 ‘아레나 디 베로나(Arena di Verona)’의 접근성을 끌어올리는데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접근성 개선은 주요 박물관과 관광 명소에서도 적용되서, 대회가 열리는 내년에는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이 도심에 위치한 오래된 고성(바스티온)에도 접근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예정이고, 도심에서 운행되는 버스의 95%가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게 된다.
지난 대회를 생각해보면 2004년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에도, 2008년 베이징 만리장성에도 패럴림픽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만들어 놓은 전례가 있었다. 그야말로 도시의 모든 제약이 풀리는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밀라노에서는 파라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리는데 이 도시는 이미 유럽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도시로 꼽혀 왔다. 지하철 노선 5개중 3개 노선이 전체 역의 83%를 차지하는데 접근성이 매우 좋으며, 시내 버스 역시 접근성이 좋다.
그럼에도 이를 더욱 개선하기 위해 현재 접근이 불가능한 두 개의 지하철 노선의 26개 역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엘리베이터와 리프트를 설치하는데 5,500만 유로(390억)가 투입된다. 또한 파라 아이스하키 경기장 ‘산타 줄리아 아이스하키 아레나(Santa Giulia Ice Hockey Arena)’ 인근의 모든 보행자 도로와 대중 교통 정류장에도 접근성 개선이 이루지고 있다.

이탈리아 대회는 지난해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만큼 마스코트나 엠블럼 같은 디자인이 돋보일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파리 대회는 대회 전부터 그야말로 개념을 장착한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특히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동일 디자인을 적용함으로써 통합대회의 기치를 사전에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밀라노·코르티나 대회 역시 남다르다.
색깔만 차이를 둔 동일 엠블럼(대회 개최연도인 26 숫자를 타이포그래픽으로 표현), 여기에 IOC와 IPC 로고를 각각 앉혀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가지 더 인상적인 것은 경기종목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픽토그램이다. 파리대회만 해도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각각 별개로 픽토그램을 노출했는데, 이탈리아는 장애인·비장애인 경기종목 픽토그램을 같이 묶어 발표했다.
비장애인 스탠딩 알파인스키와 장애인 싯스키가 같은 톤, 같은 이미지로 픽토그램 박스 안에 함께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어떤 동·하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도 보지 못한 시도이다. 물론 동계대회는 하계에 비해서 종목 수가 적으니 한눈에 노출하는데 부담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역대 대회와 비교했을 때 대단히 획기적인 시도임은 확실하다.
이 픽토그램은 대회가 시작됨과 동시에 모든 선수단과 관중의 시각을 유도하는 일종의 화살표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니 통합대회 이면의 효과를 아주 영리하게(?) 시각화한 것이다. 통합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디자인 강국의 면모까지 보여준 것이다.

사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경기만큼 중요한게 사회경제적 효과와 인식개선, 문화유산 그리고 대회후 경기장 시설과 프로그램의 자산화이다. 그런 면에서 문자만큼 중요한게 이미지와 디자인이기에 내년 밀라노·코르티나대회가 더욱 기대된다.
올림픽을 주관하는 IOC와 패럴림픽을 주관하는 IPC는 별개의 국제스포츠기구이다. 그러나 IOC와 IPC는 협약을 맺어 올림픽에 후원마케팅을 하고자 하는 기업은 의무적으로 패럴림픽 후원을 해야 자격을 주는 조항이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올림픽에 들어오기 위해 패럴림픽까지 후원하는 구조인 것이다. 물론 ‘오토복’ 같은 장애인 보장구 기업은 올림픽은 안하고 패럴림픽만 들어올 수 있는데, 패럴림픽 단독 후원은 올림픽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이런식으로 IPC는 IOC의 후원금 지원을 받으며, 더 나아가 IPC위원장이 당연직 IOC위원으로 지위를 얻어 국제 스포츠외교 무대에서 국가원수급의 의전을 받는다.

밀라노·코르티나 조직위원회는 대회 모토로 '잇츠 유어 바이브(IT's Your Vibe, 당신만의 느낌)'를 공개하면서 이색적으로 사람과 그 감성을 대회의 중심에 두었다. 기운과 느낌, 포용성을 지향하는 이 공식 모토는 선수, 관중, 자원봉사자 등 대회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연대, 에너지, 열정을 공유함으로써 대회의 본질을 부각시키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막을 1년 앞두고 대회 조직위원회는 올림픽과 패럴림픽 주간을 맞아 이탈리아 전역의 24만여명에 이르는 학생들에게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가치를 홍보하는 스포츠 교실을 열었다. 행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다른 곳에 서지 않고 한 곳을 Vibe해 지구촌 스포츠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함께 하자는 염원을 담아냈다.
이곳에서 패션, 경기, 음식을 기대하고 있다는 선수들은 특히 패션과 패럴림픽이 어떻게 만날지 기대하고 있다며 SNS가 벌써 시끌법적하다. 선수들이 기다리는 준비된 패럴림픽, 통합과 접근성으로도 함께 빛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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