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 전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감독은 지난 7월 4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총 5회차로 진행되는 광양스포츠클럽 유소년 아이스하키 캠프의 지도자를 맡았다. ©한민수 감독
한민수 전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감독은 지난 7월 4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총 5회차로 진행되는 광양스포츠클럽 유소년 아이스하키 캠프의 지도자를 맡았다. ©한민수 감독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비장애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아이스하키 캠프의 첫 제안을 받았을 때는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도에 잘 따라와 주는 선수들을 보며 즐거웠고, 스포츠는 역시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이고 하나가 될 수 있는 통로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지난 4일 시작된 광양스포츠클럽 유소년 아이스하키 캠프의 강사를 맡은 한민수 전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감독은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비장애인 아이스하키 전문선수반을 대상으로 한 아이스하키 집중훈련 캠프에 장애인 당사자로서 강사로 지도하게 된 것은 국내 최초로  오는 13일까지 총 5회차가 진행된다.

대한민국 파라아이스하키 1세대 선수 중 한 명인 한민수 감독은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주장으로서 우리나라의 파라아이스하키 첫 패럴림픽 동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막식 성화대 마지막에 의족을 착용한 채 성화를 향해 가파른 슬로프를 오르던 모습은 많은 국민에게 큰 인상을 주었다. 이후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에는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참가했으며 현재는 서울이글스 파라아이스하키팀을 이끌고 있다.

한민수 감독은 “제안을 받았을 때 장애인을 대상으로만 그동안 지도했기에 가능할지 걱정했다. 하지만 2014년도에 비장애인 아이스하키 자격증을 취득해 자격도 갖췄고 미국의 아는 장애인 선수 출신 지인이 비장애인을 가르쳤다는 경험을 들어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광양스포츠클럽 유소년 아이스하키 캠프에서 비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한민수 감독. ©한민수 감독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광양스포츠클럽 유소년 아이스하키 캠프에서 비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한민수 감독. ©한민수 감독

파라아이스하키는 스케이트를 착용하고 하나의 스틱을 사용해 경기에 임하는 비장애인 선수들과 달리 양날이 달린 썰매를 타고 썰매의 추진을 위한 픽과 퍽을 칠 수 있는 블레이드가 달린 2개의 스틱을 사용하는 등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지도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한 감독은 “썰매와 스케이트 등 차비의 차이 외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스하키 링크장 사이즈나 경기 규칙은 90% 이상 같아 어렵지 않게 뭐야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즐겁고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이다 보니 캠프를 준비하면서 이왕이면 즐겁게 가르치고 싶었고 또 어떻게 하면 경기력이 향상될까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드리블, 턴, 패스, 슈팅 등 아이스하키 기술이 어느 정도 완성된 후 전술 이해도나 전술적 훈련이 들어가야 효과적이기에 디테일한 부분을 가르쳤다. 물론 저는 썰매만 탔기에 스케이팅 기술은 비장애인 지도자분들의 도움을 받았다”며 웃었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광양스포츠클럽 유소년 아이스하키 캠프에서 비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한민수 감독. ©한민수 감독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광양스포츠클럽 유소년 아이스하키 캠프에서 비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한민수 감독. ©한민수 감독

특히 나이가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아이스하키의 덕목과 장애인식개선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 감독은 전했다.

한민수 감독은 “이전에 신인 선수를 발굴하는 업무를 3년 동안 했는데 어린 나이다 보니 훈련 시간을 못 지킨다든지, 언어에 은어를 쓴다든지, 예의범절을 지키지 않는 등 경우가 있어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고 하나의 팀이 되는 변화를 많이 보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캠프에서도 단체운동 속에서 개인만 잘해서 좋은 팀이 만들어지지 않고 하나의 팀이 되기 위해 예의범절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이스하키가 몸싸움이 허용되는 종목이지만 그런 만큼 반칙에 주의해야 하고 규칙과 스포츠 정신에 맞게 몸싸움을 해야 한다는 등의 아이스하키 덕목에 대해 가르쳤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식개선의 경우 한 감독은 “저를 보고 함께 훈련을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인식이 개선되지 않겠어요?”라며 웃었다. 그는 “아이들이다 보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야기한다. 반바지를 입어 의족이 그대로 보이는 나를 보곤 ‘어! 신기하다.’, ‘다리는 왜 그래요?’ 같이 질문을 하는데, 자연스럽게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단했고 파라아이스하키를 하면서 패럴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딸 수 있었다면서 내 이야기를 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장애인은 불편한 사람일 뿐 아픈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장애인도 아이스하키를 포함해 스포츠를 할 수 있고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도, 메달리스트도 될 수 있고 멋지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알려주고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훈련캠프에 참여한 선수에게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성화봉과 동메달을 목에 걸어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 한민수 감독. ©한민수 감독

훈련이 끝나고는 사인회를 진행했다. 또한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성화봉을 들고 파라아이스하키 메달을 아이들에게 목에 걸어주며 사진도 찍었다.

아이들이 즐겁게 연습에 참여하고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에 ‘장애인인데 잘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메달리스트니까 잘 가르치지 않을까?’라는 기대로 훈련을 지켜보던 부모들도 매우 만족시켰다.

부모들은 한민수 감독의 SNS를 팔로우하고 사진과 영상을 찍은 것을 보내주면서 ‘아이들이 감독님 지도할 때 너무 즐거워하고 연습이 끝나면 아쉬워했다. 또 훈련캠프에 가고싶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감사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민수 감독은 “내가 썰매를 타고 빠르게 달리고 턴하고 드래프트하는 등의 기술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어떻게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데 그렇게 썰매를 잘 타냐고 놀라곤 한다”면서 “캠프에서도 느꼈지만 장애인 스포츠를 보여주고 체험하는 것은 장애를 자연스럽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두 번의 훈련이 남아있는데 이전에는 개인적인 아이스하키 기술에 대해 지도했다면 남은 훈련에서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전술적인 부분들도 적극적으로 지도할 예정이다. 또한 20여 년간 국가대표와 3번의 패럴림픽에 출전하면서 얻은 노하우도 아낌없이 가르쳐줄 수 있도록 실력 발휘를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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