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건강권을 촉구하는 장애인들 모습. ⓒ에이블뉴스DB
장애인건강권을 촉구하는 장애인들 모습. ⓒ에이블뉴스DB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장애인의 건강위험과 사회적 고립이 동시에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활동 부족과 관계망 단절이 맞물리면서 장애인의 삶이 신체적·사회적 측면 모두에서 한층 더 취약해지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5 장애통계연보’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연보는 장애인구, 건강 및 보건, 가족, 주거 등 장애인복지 전반을 아우르는 13개 대분류 통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애인의 삶 전반에 걸친 변화와 주요 지표를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건강 악화, 관계망 붕괴, 운동 결핍과 대사질환 위험이동시에 높게 나타나는 ‘이중 취약 구조’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인구구조 변화·· 등록장애인 263만 명, 고령화 55.3%로 ‘초고령’ 수준

등록장애인은 2024년 말 기준 263만 1,356명으로 전체 인구(5121만 7221명) 대비 5.1%를 차지했으며, 전년보다 1906명 줄었다. 같은 시점 65세 이상 등록장애인은 145만 5782명으로 전체 등록장애인의 55.3%에 달해, 전체 인구의 고령화 수준(20%)과 비교해 35.3%p 높았다.

지역별로는 등록장애인 수가 경기 58만 7,910명, 서울 38만 6,316명으로 많았고, 전체 인구 대비 장애인 비율은 전남 7.5%, 전북 7.4%, 경북 7.0% 순으로 높았다. 

장애유형 구성은 지체장애 43%, 청각장애 16.8%, 시각장애 9.4%, 뇌병변장애 8.9%, 지적장애 8.9%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 구성은 남성 58.0%, 여성 42%였고, 생애주기별로는 노년기가 55.3%로 가장 많았다.

주거환경 개선 요구 여전·· 장애인 가구 주거비 부담 여전히 높아

주거 관련 통계에서는 장애인의 주거비 부담과 열악한 주거 여건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장애인 가구의 소득 대비 주택임대료 비율(RIR)은 28%로, 비장애인 가구(16.7%)보다 11.3%p 높았다. 일반적으로 RIR이 20%를 넘으면 주거비 부담이 과중한 수준으로, 장애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장애인 가구는 3.8%로, 전체 가구(3.6%)보다 소폭 높았다. 장애인 가구가 필요로 하는 주거지원으로는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22.4%)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월세보조금 지원’(18.2%), ‘주택 개량·개보수 지원’(17.8%) 순으로 조사됐다.

장애인 대사증후군 위험요인 보유개수 현황.ⓒ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인 대사증후군 위험요인 보유개수 현황.ⓒ한국장애인개발원

건강위험 요인 높은 수준··신체활동 저하로 대사질환 위험↑

장애인의 건강 관련 지표를 보면, 2023년 기준으로 대사증후군 위험요인을 한 가지 이상 가진 비율이 82.4%에 달했으며, 3~5개 요인을 동시에 가진 비율(대사증후군 진단 수준)도 33.7%로 나타났다. 주요 위험요인은 높은 혈당(54.4%), 높은 혈압(49.9%), 복부비만(35.7%) 순이었다. 여성 장애인의 대사증후군 비율은 남성보다 6.8%p 높아 성별 간 건강 격차도 존재했다.

신체활동 부족도 주요 건강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근력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장애인은 10명 중 7명(73.5%)으로, 고강도 신체활동 ‘없음(0일)’은 68.2%, 중강도 활동 ‘없음’은 40.8%로 조사됐다. 장애유형별로는 정신장애인의 고강도 활동(21.7%), 중강도 활동(26.1%), 근력운동(16.3%) 참여율이 모두 가장 낮았다.

이는 신체활동 부족이 장애인의 만성질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정신장애인의 경우 세 가지 모든 활동 수준이 낮아, 대사질환 및 건강 악화 위험이 다른 장애 유형보다 높게 나타났다.

위기상황별 도움받응ㄹ 사람 부재 비율.ⓒ한국장애인개발원
위기상황별 도움받응ㄹ 사람 부재 비율.ⓒ한국장애인개발원

위기상황 시 도움받기 어려워··장애·비장애 격차 뚜렷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조사에서도 취약한 실태가 확인됐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급히 큰돈이 필요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장애인 65.6%, 비장애인 48.1%로, 장애인의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또한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대화할 사람이 없다’ 응답은 장애인 33.3%, 비장애인 19.5% 였으며,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도 장애인 30.0%, 비장애인 25.8%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미만 연령대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격차가 두드러졌다. 사회적 고립 비율 차이는 경제적 도움 부재 19.5%p(장애인 64.3%, 비장애인 44.8%), 대화 상대 부재 14.2%p(장애인 32.0%, 비장애인 17.8%), 집안일 도움 부재 6.1%p(장애인 31.2%, 비장애인 25.1%)로 나타났다. 이처럼 경제적·정서적·일상적 영역 전반에서 장애인의 사회적 고립이 높게 확인돼, 관계망 회복과 지역사회 돌봄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울 증상 경험 장애인 19.8%··정신장애·뇌전증장애 높아

정신건강 부문에서는 장애인 5명 중 1명(19.8%)이 우울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장애유형별로는 뇌전증장애(35.2%)가 가장 높았고, 이어 정신장애(34.5%), 뇌병변장애(26.8%), 언어장애(26.1%)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23.4%)이 남성(17.7%)보다 우울 증상을 더 많이 호소했다.

개발원 이경혜 원장은 “건강위험 요인과 사회적 고립이 동시에 높게 나타난 것은 장애인의 삶이 신체적·사회적 측면 모두에서 취약하다는 의미”라며 “신체활동 확대, 건강관리, 관계망 지원이 결합된 통합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장애통계연보’는 국내 장애인복지 서비스 및 정책과 관련된 주요 통계를 수집하고 종합·분석해 장애인의 권리 보장과 복지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통계를 제공하기 위해 2015년부터 매년 발간하고 있다.

장애통계연보 전문은 개발원 누리집(www.koddi.or.kr) 또는 장애통계데이터포털(https://koddi.or.kr/stat)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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